"아침에 문열다가 깜짝"..새벽 우유배달원 나선 한총리

한 총리 독거노인 '우유 안부캠페인' 참여
총리 만난 할머니 "참 고마운 캠페인" 눈물
한 총리 '독거노인 지원 시스템 구축' 주문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새벽 서울 금호동 다세대주택에 홀로 거주하는 박인애 할머니에게 우유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한 총리는 만난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우리 집에 총리가 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국무총리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비 내리는 26일 새벽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 우유 배달원이 됐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날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가를 찾아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우유를 배달하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 일일 배달원으로 참여했다.

이날 한총리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호용한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이사장과 동행했다.

‘우유안부 캠페인’은 민간기업과 일반 시민의 후원을 통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무상으로 우유를 배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캠페인이다.

어르신들이 이전에 배달한 우유를 가져가셨는지 그대로 두셨는지 확인해, 우유가 그대로 쌓여있으면 어르신이 혹시라도 집안에 쓰러져 계시거나 만약의 경우 고독사 하셨을 상황에 대비해 지자체나 보호자에 연락한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6시쯤 금호동 주택가에 도착해 호용한 (사)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이사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듣고 직접 배달이 나섰다.

한 총리는 우유배달을 기다리던 86세 박인애 할머니와 만나 "안녕하세요 직접 한 번 들르러 왔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세요
라고 말했다. 6.25 때 이북에서 피난온 뒤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다는 박 할머니는 우유를 받으러 나왔다가 놀라며 "정말 이렇게 돌봐줘서 참 고맙고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한 총리는 “너무 곱고 정정하시다. 건강하게 사시라”면서 "목사님도 도와주고 계시고 우리 정부도 항상 신경쓰고 있으니까 언제라도 어려우면 전화하시라"라고 답했다.

목사인 호 이사장은 지난 2003년 옥수중앙교회에서 독거노인 100가구에 우유배달 시작했으며 2015년 이후 ‘(사)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이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골드만삭스, 매일유업 등 20개 기업 및 개인 2만6700여명 후원한다.

호 이사장은 “명절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가장 외로워하시는 시기”라면서 “그런 심리적 요인 탓에 지난 설 연휴에도 다섯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새벽 서울 성동구 금호동을 찾아 홀로 사는 노인 가구에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 총리는 우유배달을 마친 후 “민간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힘을 모아, 기댈 곳 없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20년 가까이 묵묵히 챙겨오신데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면서 “우유 한 곽에 담긴 우리 사회의 정(情)이 홀로 계신 어르신께 오롯이 전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동행한 이차관에게는 "고독사는 큰 문제며 사회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안부를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독사를 없앨 수 있는 활동을 적극 추진하면 좋겠다"라고 지시했다.

이어 한 총리는 “홀로사는 어르신들이 모여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분들이 편찮으시거나 이사를 가시면 곧바로 정부가 파악해 필요한 지원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라고 덧붙였다. [e-mail]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