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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의 온스테이지] 장애와 비장애의 진정한 합체...배리어프리 뮤지컬 '합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2 13:38

수정 2023.10.02 16:40

음악극 '합체'의 배우들과 1:1로 매칭된 그림자 수어 배우가 무대에서 함께 연기를 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음악극 '합체'의 배우들과 1:1로 매칭된 그림자 수어 배우가 무대에서 함께 연기를 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파이낸셜뉴스] 공연예술계에 배리어프리 공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 가을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을 개관할 예정이어서 공연의 소비자로서의 접근성 뿐만 아니라 공연 생산자로서의 접근성 역시 확장될 예정이다. 더불어 배리어프리 공연이 확대됨에 따라 극장의 하드웨어와 공연의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장애인들의 공연예술 접근성에 대한 기준들이 보다 구체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에서의 배리어프리 공연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는데, 이는 뮤지컬의 산업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이 중요하다보니 배리어프리 공연을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예민한 부분은 배리어프리 공연을 위해서는 수어통역과 대사자막, 때로는 객석조명유지 등의 서비스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비장애 관객에게는 공연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 관객에게 장애인과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싼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의 권리주장 역시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뮤지컬 분야의 배리어프리 공연에 있어서 비용의 효율성 문제와 비장애 관객의 관람에 대한 고려 등의 문제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합체'는 배리어프리 뮤지컬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합체'는 소설가 박지리의 동명 원작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2022년 국립극장 제작으로 초연하고, 올해 음악을 새로 만들고 작품을 업그레이드하여 창작 뮤지컬 작품으로 재공연을 올렸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제공

'합체'는 배리어프리 뮤지컬로써 한글자막, 수어통역 그리고 음성해설을 포함한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의 차별점은 수어통역을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며 진행한다는 것이다.

음성 해설 역시 음성해설사를 드라마의 캐릭터로 설정하여 음성해설과 이야기를 해설자로서의 역할로 작품 안에 녹여내였다. 즉, 배리어프리의 서비스들을 작품 안에 녹여내어 ‘합체’ 시킴으로서 장애관객과 비장애관객 모두 공연의 몰입에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형식을 만들어냈다.

'합체' 공연이 배리어프리 공연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박지리 작가 원작 이야기 자체가 왜소증인 아버지의 두 쌍둥이가 자신들의 키에 대한 고민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고, 이를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공연과 결합된 형식으로 만들어 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합체'가 이처럼 배우, 내용, 형식이 온전하게 결합된 완성도 높은 배리어프리 뮤지컬로 완성된 데는 김지원 연출가의 장애인 공연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합체'는 공연 자체의 감동도 크다. 왜소증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오합과 오체가 계룡산에 들어가 키가 크는 수련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이 우화같은 이야기의 끝에 관객들은 큰 감동과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 후에 최근에 이렇게 기분 좋은 공연을 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관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공연이었다.

더불어 요절한 원작자 박지리 작가에 대한 안타까움도 생겨났다.
그녀의 첫 소설이 ‘합체’였고, 죽기 전 마지막 소설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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