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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1월 美 APEC 갈까? 왕이 부장 "中 책임감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6 15:49

수정 2023.09.26 15:49

- 이뤄지면 지난해 11월 G20 발리 정상회담에 이어 1년여만 회동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중국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중국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할 것을 시사한 발언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발리 정상회의 이후 1년여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6일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개최한 국무원 신문판공실의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협력 : 중국의 제안과 행동’ 백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은 책임감 있는 국가이며,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간 포럼에 빠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PEC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와 관련해 중국은 모든 당사자와 소통하고 있으며, 적시에 공식적으로 소식을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고위급들을 잇따라 중국으로 보냈다.
외교의 기본은 상호주의인 만큼 이런 행보는 11월 시 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중국도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 확대,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항저우아시안게임,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10주년 포럼 등을 개최했거나 계획하면서 세력 확장에 공을 들였다. 중국 또한 미국과 APEC 양자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됐다.

이달 16~17일(현지시간)에는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 부장이 회동하며 바이든-시 주석 만남 성사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20일에도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과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얼굴을 맞댔다.

반면 중국은 각국 정상급 대표가 참석하는 유엔총회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왕 부장 대신 한정 국가부주석을 보냈다. 중국 국가부주석은 주로 정상급이 초청되는 외교 행사 등에서 국가주석을 보좌하는 역할이지만, 중국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24명) 위원이 아니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이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21년 11월 화상회담을 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다면 약 1년 만에 대좌하는 것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시 주석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북핵 등에서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내년 11월 대선에서 표를 기대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미 동맹국을 모두 제치고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장면을 세계에 드러내며 '힘'을 과시할 수 있다.
또 반도체 제재와 미국의 고율 관세 등을 쟁점을 꺼낸 뒤 자국에 유리한 형태로 홍보할 가능성도 있다.

왕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층위가 높고 영역이 넓으며 영향력 있는 경제 협력 메커니즘이며, 올해 연말 열릴 예정인 제30차 비공식 정상회의는 협력을 촉진하는 대무대여야지 대결을 부추기는 각축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자 APEC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올해 APEC의 성공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서 “미국이 주최국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개방·공평·포용·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회의의 순조로운 개최에 더 나은 조건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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