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회사 커피가 최고죠" 대한항공이 확 달라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7 06:00

수정 2023.09.27 06:45

[파이낸셜뉴스] 과거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로 알려졌던 대한항공이 젊어졌다. 새로 리모델링한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는 직원 편의 시설이 잇따라 들어섰고 부서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복장자율화·심리상담 등 실질적인 직원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회사가 이익을 내려면 직원이 행복해야 하고, 직원이 행복하려면 회사가 이익을 내야 되는데 이 둘은 항상 함께 가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선후를 정하자면 직원의 행복, 그리고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시로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커피 라운지를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직원들이 커피 라운지를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새 단장하는 본사… 커피라운지·그랩앤고 인기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직원들이 손쉽게 양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라운지를 사옥 안에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본사에 커피라운지 1호점을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부천 엔진센터, 인천화물청사, 대전항공기술연구원, 인천정비기지, 서울 서소문 사옥 등에 커피라운지를 설치했다. 각 사업장별 특성과 직원들의 근무 패턴을 설계에 반영했다. 라운지 이름은 직원들이 직접 공모한 명칭으로 선정했다.

커피라운지 원두는 직원들에게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 제품으로 선택했다. 직원들은 일회용 컵이 아닌 개인 텀블러와 머그컵을 사용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이다.

본사 건물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와 '그랩앤고'도 직원들에게 인기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올해 5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피트니스센터는 출근 전 아침 시간이나 점심 시간, 퇴근 직후에 신체를 단련할 수 있다. 그랩앤고는 샐러드와 닭가슴살, 삶은 달걀, 음료 등 간편식이 구비돼 있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취임한 해에 복장 전면 자율화 제도를 전격 단행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창의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단 운항·객실 승무원과 접객 서비스 직원 등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직원은 예외이며 해외 지점은 각 지역 문화와 기후 특성에 맞춰 시행하고 있다.

사내 의료센터에서는 임직원을 위한 심리상담센터 '휴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임상심리전문가 2명이 상주하며 철저한 비밀 보장 하에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또한 매년 마음건강 검진을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 및 스트레스 반응을 평가하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정신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진행된 ‘패밀리데이’ 행사. 격납고 앞에는 대한항공 임직원 2만318명의 이름이 특별 도장된 보잉 777-300ER 항공기가 전시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올해 4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진행된 ‘패밀리데이’ 행사. 격납고 앞에는 대한항공 임직원 2만318명의 이름이 특별 도장된 보잉 777-300ER 항공기가 전시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팀원들과 소통하는 '해피아워'… 격납고에 가족 초청 행사도
대한항공은 재미를 더한 내부 소통의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해피아워'를 운영한다. 2012년 직원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시작한 사내 프로그램이다. 각 팀별로 매달 주제에 맞춰 1시간 가량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올해 7월 해피아워 주제였던 '컨셉데이'는 예상을 깨고 높은 참여율을 보여 화제가 됐다. 이번 행사는 복장자율화의 긍정적 효과를 언급하며 "나중에 컨셉데이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한 조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각 부서와 팀별로 개성을 살려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소품을 준비해 사진·영상을 찍었다. 최고의 컨셉과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투표에는 총 42팀이 응모했고 직원 1300여명이 표를 던졌다.

올해 4월 직원 가족을 초대하는 '패밀리데이' 행사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를 통째로 비워 대형 어린이용 놀이기구와 사진 부스, 푸드트럭 등을 설치했다. 어린이 안전 교육과 기내 응급 처치 체험, 페이스페인팅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당초 하루만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신청자가 몰려 이틀로 연장했다.
직원과 가족 8600여명이 테마파크로 꾸며진 격납고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서 대한항공 임직원 2만318명의 이름을 '우리의 자랑, 우리는 대한항공입니다(Our Pride, We are Korean Air)' 슬로건에 새긴 특별 도장 항공기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기조 하에 임직원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임직원들이 더욱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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