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위한 국가고사는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으로 변천하여 왔고 내년이 되면 수능을 도입한 지 30년을 맞이하게 된다.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선발은 현행 입시전형의 양대 축 중 하나로 정립되어 있고, 정시에 대비되는 수시전형의 핵심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는 김영삼 정부에서 도입되었고,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결합되면서 수시전형의 틀이 완성된다. 2018년 수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수도권 16개 대학에서 정시 비중을 40%로 정하는 방침을 통해 정시가 확대되었다. 향후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2028년 입시개편안이 준비되고 있는 현시점에 핵심 논쟁사안이 되고 있다.
어떠한 입시전형의 조합이 바람직한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대학입시는 크게 보아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로, 공정성인데 우리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3가지의 구분되는 공정성을 함께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발 과정이 공정해야 하고, 입시의 결과 노력하고 자격을 갖춘 학생이 선발되는 '개인 공정성'이 갖추어져야 하고, 대학입시가 사회계층을 고착시키기보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사회적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둘째로, 대학입시는 초중고와 대학의 정상적 운영과 부합되어야 한다. 대학입시의 고교 교육에 대한 영향은 막대하고 대학입시가 공교육 운영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원인이란 의견이 많다. 셋째로, 대학입시는 학생과 대학의 전공·학과와 좋은 매칭을 가져와 학생의 자기계발과 대학의 발전에 부합하여야 한다.
정시와 수시는 이러한 대학입시의 목적 중 일부와 각각 더 잘 부합된다. 정시는 개인 공정성과 잘 부합되는 것으로 보이나,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과는 덜 부합된다. 이에 반하여 수시는 공교육 정상화와는 부합되나 개인 공정성과 관련하여 불투명성이 크다고 주장된다. 필자 개인의 판단은 어떠한 전형을 확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 두 입시제도 중에서 어느 입시가 사회적 공정성에 더 잘 부합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정시와 수시 중 어떤 입시전형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더 잘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시, 수시 중 어떤 전형이 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더 관련이 있고 사교육비를 보다 높이며, 선택에 있어서 가계소득이 더 크게 제약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해서 엄밀한 연구와 논쟁이 진행되어야 한다. 필자 개인의 생각은 정시가 재수라는 기제를 통해 사회계층의 고착화와 더 깊은 관련이 있는 전형으로 추측한다.
필자는 대학입시 개혁에 있어 다음의 3가지가 포함되기를 바란다. 첫째, 개혁 논의에 앞서 어떤 전형이 사회적 공정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논쟁이 진행되어 증거에 기반한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공개적 논쟁과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한다. 셋째로, 대학입시 개혁에 있어서 수시가 되었든 정시가 되었든 간에 전형방식 자체의 변별력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개악을 지양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2028년 대학입시안에서 수능과목의 과도한 축소와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전 교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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