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9시간 20분 심사·7시간 고심…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7 03:07

수정 2023.09.27 03:07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증거인멸 염려 단정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로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9시간 20분의 장시간 구속심사가 이뤄졌지만 재판부는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데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고 보이는 만큼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대북송금 의혹 등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개발 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유 부장판사는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며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검찰은 이번 영장심사에서 기본적인 혐의 소명을 주장한 뒤 증거인멸 가능성을 부각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가 있는 만큼 자신의 하급자였던 증인들을 회유·압박할 정황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한 녹음 파일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가 자필 진술서를 통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고 번복한 배경에도 민주당 인사들의 개입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며 의혹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검찰이 관련자들을 압박·회유해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박균택 변호사는 영장심사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2개의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왔기 때문에 인멸할 증거가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법리상 죄 자체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지 않냐는 부분을 많이 피력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대표는 즉시 풀려나게 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