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우세한 상원, 7주짜리 임시 예산안 통과
일단 시간 벌어 정부 멈추는 '셧다운' 상황 피해야
공화당 우세한 하원에서는 강력 반발, 상원 예산 표결 조차 어려워
우크라 지원 말고 국경 밀입국자 단속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
일단 시간 벌어 정부 멈추는 '셧다운' 상황 피해야
공화당 우세한 하원에서는 강력 반발, 상원 예산 표결 조차 어려워
우크라 지원 말고 국경 밀입국자 단속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6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겨우 넘겼던 미국 여야가 이번에는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 정부 업무를 잠시 멈춰야하는 상황(셧다운)에 직면한 가운데 가까스로 임시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번 예산안은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 나왔으며 공화당이 우세한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7주짜리 임시 예산안 상원 통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원에서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뉴욕주) 주도로 오는 11월 17일까지 미 연방 정부에 임시로 예산을 지급하는 단기 지출 법안을 놓고 표결이 진행됐다. 해당 법안은 찬성 77표, 반대 19표로 가결되었으며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켄터키주) 역시 가결에 협조했다. 법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자금 약 61억5000만달러(약 8조3080억원)가 포함됐으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요청한 금액(24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긴급 재난 구호 자금으로 요청한 160억달러 가운데 59억9000만달러(약 8조919억원)만 반영됐다.
슈머는 이번 지출안에 대해 "우크라의 안보와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현재 수준에서 정부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 희생자도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6월에 여야의 극적인 합의 덕분에 임기가 끝나는 2025년 1월까지 정부의 부채 한도 적용을 면제받아 계속 빚을 질 수 있게 됐다. 바이든 정부의 빚은 우크라 전쟁이 길어지고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계속 불어났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미 정부의 부채는 사상 최초로 33조달러(약 4경4484조원)를 넘어섰으며 야당인 공화당 진영에서는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갈등은 2024년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미 정부는 의회가 202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0일까지 다음 연도 예산안을 확정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업무를 할 수 없는 셧다운 상태에 빠진다.
공화 '우크라 대신 국경 단속'
미 언론들은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상원의 임시 예산안을 하원 표결에 올리지도 못한다고 내다봤다. 현재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221석을 차지하여 민주당(212석)보다 약간 우세하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이번 예산안에 강력 반발했으며 우크라에 더 이상 추가 지원을 하지 말고 국경 강화에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파들은 국토안보부 예산을 늘려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고 밀입국자 단속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주)는 임시 예산안에 대해 국경 강화 예산이 없다면 논의를 시작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강경파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은 "나는 확실하게 미국의 국방 예산에 투표할 생각이다. 하지만 돈이 우크라로 간다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SNS를 통해 바이든이 과거 부통령 시절 차남을 위해 우크라에 외압을 가했으며 우크라 정부가 바이든의 치부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바이든의 우크라 지원을 비난했다.
동시에 강경파들은 매카시가 민주당에 협조할 경우 하원의장 해임안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매카시는 지난 1월 취임 당시에도 강경파의 반대로 인해 15차례의 투표를 거쳐서야 겨우 하원의장에 올랐다. 공화당의 매트 개츠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하원의 지도력은 지난 8개월 동안 엉망이었다"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그들이 우리의 실패한 하원의장(매카시)을 구해줄 지 두고 보겠다"고 경고했다.
매카시는 일단 오는 29일까지 12개 세출법안 중 국무, 농업, 국토안보, 국방 등 4개 예산안만 먼저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매카시는 26일 상원의 임시 예산안에 대해 "우크라를 미국인보다 우선하는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우리는 국경 문제와 다급한 일을 함께 다루지 않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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