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재명 영장 기각…'추석 민심'어디로 [한승곤의 정치파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7 14:24

수정 2023.09.27 14:27

與 "있을 수 없는 일…바로 세운 정의 무너져"
野 "검찰 역사상 최악의 오욕…尹정권 책임 면할 수 없을 것"
李 영장기각 '친명계 결속 강화' 호재…'사법리스크' 여전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이른바 ‘추석 민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향방을 가름과 동시에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최대 관심사였다.

이렇다 보니 영장 기각 결과에 따라 여·야 입장이 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구속의 경우 제1야당 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활용해, 민주당 심판론 등 공세를 퍼부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영장 기각에 대한 후폭풍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법치몰락 정의기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법치몰락 정의기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사진=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날(27일) 오전 ‘추석 귀성객 인사’ 일정을 취소하고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는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흩어진 양심을 가까스로 모아서 바로 세운 정의가 맥없이 무너져버렸다. 양심이 있는 의원들의 결단, 정치 심폐소생술로 어렵게 살려낸 정의가 김명수 체제가 만들어 놓은 편향적 사법부의 반국민적· 반역사적·반헌법적 결정에 의해 질식당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결정은 어지간하면 존중하고 싶지만 이건 도무지 존중할 수 없다"며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법치의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조폭 두목이나 마피아 보스는 영구히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3.9.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3.9.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영장 기각과 관련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표적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일동으로 낸 이번 입장문에서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리하고 무도한 '이재명 죽이기' 시도가 실패했다"며 "애초부터 영장 청구는 부당한 검찰 폭력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권의 참혹한 국정 실패를 감출 요량으로 검찰권을 동원·악용한 비열한 공작이었다"면서 "이번 일은 검찰 역사상 최악의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며 집권 내내 정적탄압과 야당파괴에만 골몰해온 윤석열 정권은 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한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여·야 박스권 지지율…이 대표 영장기각 이해득실 살펴봐야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영장기각 이슈가 국민의힘, 민주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양당은 30~40%대의 박스권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18~22일, 전국 성인남녀 2514명,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2.0%p)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2.2%p 오른 37.5%, 민주당은 46.1%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영장기각을 두고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는 민주당의 경우 친명-비명계 등 당내 내홍을 정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지속한다는 점에서 이해득실을 잘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우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서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볼 수 있다"면서 "당내에서 비명계를 제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이 대표 사퇴론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 대표 또는 친명계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지만, 민주당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이 대표 재판은 계속 진행이 될 것이고 내년 총선 관련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계속 부각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에게 과연, 이 대표 영장 기각이 좋은 것이냐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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