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강호순, 정두영, 유영철.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살인범들이 서울구치소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흉악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상태인 유영철, 정형구가 최근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형제 부활 여론 속 흉악범들 서울구치소로 이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교정 당국은 최근 유영철과 정형구를 서울구치소로 옮겼다. 서울구치소에는 강호순, 정두영 등 다른 사형수들도 수용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비롯해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높아진 사회적 불안감에 사형제 부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감이라, 일각에서는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와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점검 결과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형은 교정시설의 사형장에서 집행되는데, 서울구치소의 경우 사형 방식은 교수형이다.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집행 명령에 따라 교정 기관이 5일 이내에 집행하게 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호순·유영철 등 미집행 사형수 59명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을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현재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59명으로 유영철과 강호순, 정형구, 정두영도 이에 포함된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1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노인과 부녀자 등 총 21명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유영철은 피해자 사체를 토막내 암매장하고 불에 태우는 엽기적 행각을 벌여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형구는 1999년 1월 강원도 삼척에서 차량 추월로 시비가 붙은 신혼부부를 사냥용 엽총으로 살해해 사형이 확정됐다. 그는 신혼부부 차량이 먼지를 내며 자신의 차를 추월했다는데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형구는 당시 강도·강간 등 전과 6범이었다. 정형구는 당시 사건 현장을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자신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보고 총격을 가했지만, 부상 속에서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병원을 간 덕에 희생자가 늘지 않았다.
강호순은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돼 그 해 사형이 확정돼, 10년 넘게 복역 중이다. 정두영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 강도 살인 등 23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노인과 부녀자 9명을 살해하고 10년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01년 사형이 확정됐다.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의 한 교회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원언식은 최장 미집행 사형수다. 1993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지 30년간 복역 중이다.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이는 지난 2014년 6월 GOP초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부사관 등 5명이 숨지고 7명을 다치게 한 임모 병장이다.임 병장은 2016년 사형이 확정됐다.
한편, 흉악 범죄자들의 서울구치소 이감 조치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모두 사형 집행하자"며 사형제 부활을 주장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SNS을 통해 "국민 70%가 흉악범 사형집행을 찬성하고 있고 계속되는 모방 흉악범들이 날뛰고 있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시절에도 '흉악범에 한해 사형 집행' 공약을 밝힌 바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