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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 동포 챙긴 尹 "아픔 외면 않겠다"..동포 측 "78년 恨 사라져"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9 15:43

수정 2023.09.29 20:30

尹대통령, 원폭피해 동포 초청 오찬간담회
"오랫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 여러분 힘들게 해"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 걸려, 너무 늦어 죄송"
"일본과 협력해 평화 번영 증진할 것, 우리 동포 잘 살피겠다"
동포 측 대표 "저희와 저희 자손들, 이제 좋은 환경서 살아갈 희망 가져"
"한반도 비핵화 위한 우리 정부 능력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권준오 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의 답사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화상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권준오 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의 답사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원자폭탄 피해 동포들을 초청한 가운데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난 윤 대통령이 당시 고국 초청을 약속했고 추석 당일인 이날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자, 동포 측에선 "5월 약속을 지켜 주신 것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원폭 피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고 환영사를 통해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원폭 피해 동포들을 챙길 것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며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원폭 피해 동포들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임을 재차 언급했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을 전한 윤 대통령은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협력하면서, 역내,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위로는 오늘의 이 자리로만 그치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통해 여러분과 후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포 대표로 답사를 한 권준오 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은 "저희와 저희 자손들,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며 "저희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한일관계가 좋기를 바라고 있으며 조국이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위령비 참배에 대해 "한국 대통령으로서 늦어서 송구스럽다"고 말한 것에 대해 권 위원장은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흘렸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염원으로 '핵무기가 없는 세계'롤 꼽았다.

그는 "저희에게 핵무기는 악몽이다. 최근 그 악몽 같은 핵무기가 한반도에도 다시 등장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다만 저희는 우리 정부의 능력을 믿고 있으며 히로시마로 돌아가서도 우리 정부의 평화, 비핵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서 유영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사무국장은 "78년 동안 소외돼 있던 원폭 피해자들을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언니 두 명과 부모님이 피해자이지만,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하고 숨어서 살고 있었는데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4살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김화자 전 민단부인회 히로시마현 본부 부회장도 "비록 4살이었지만 당시 기억이 선명하다"며 "피폭 1세대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는데 이런 자리가 영광스럽다"며 울먹였다.


김 전 부회장은 윤 대통령 부부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에 대해 "재일한국인이자 피폭자로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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