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양양국제공항 모기지 항공사 추락
플라이강원, 이달 공개매각...11월 인수자 윤곽
김 지사 "공항 활성화 위한 인프라 확충에 집중"
플라이강원, 이달 공개매각...11월 인수자 윤곽
김 지사 "공항 활성화 위한 인프라 확충에 집중"
【파이낸셜뉴스 양양=김기섭 기자】 2020년 유행처럼 번진 코로나19가 모든 걸 바꿔놨다. 3년4개월만인 올해 초 엔데믹이 선언됐지만 아직 풍파를 헤쳐나오지 못하는 곳 중에 한 곳이 양양국제공항이다. 엔데믹 선언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처음부터 출발이 잘못된 사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띄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양양국제공항이 난기류에 휩싸이며 멈춰서 '유령공항'으로 전락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양양국제공항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공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양양국제공항이 처한 현실과 회생 시도,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양양국제공항, 동해안 허브 공항 발판
2002년 7월 개항한 양양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500m로, B737-800급 항공기까지 취항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건설됐다. 연간 국내선과 국제선 4만3000여대, 승객 300만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공식 출발을 알렸다.
동해안인 양양에 국제공항을 건설한 이유는 동해안을 포함한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서핑, 스키 등 국내에서 차별화된 스포츠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항 이후 2017년까지 15년 동안은 한해 탑승객이 2만~3만명에 머물 정도로 저조한 수준을 보이며 온갖 혹평이 이어졌다.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비행기가 단 한 편도 뜨지 않아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이 이 때 붙었다.
그러다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2016년 12월 저가항공사(LLC)인 플라이 강원이 설립되며 동해안 허브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플라이 강원은 이듬해인 2017년부터 제주, 김포, 대구, 청주, 울산 등으로 노선을 확대한데 이어 국제선으로도 진출해 나리타, 호치민, 타이베이 노선을 운항하며 양양공항이 국제공항 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1월부터 2020년까지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 대한 양양국제공항 무사증 입국제도가 운영되면서 날개가 달렸다.
15년동안 썰렁하기만 했던 양양국제공항은 2018년 한해 탑승객 수가 35만명을 넘었고 이 기세를 몰아 올해 5월까지 매년 20만~37만명이 공항 터미널을 이용하며 명실상부한 동해안 허브 공항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들 코로나19로 추락...양양공항 유령공항 전락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양양국제공항은 코로나19라는 난기류를 만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플라이강원이 지난 5월20일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중단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비용이 증가했고 환율 상승으로 항공기 임대료 등의 비용이 크게 증가한데다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감소,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지만 무위에 그쳤고 결국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향정지 명령을 받으며 주저앉았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플라이강원은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이달 공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플라이강원은 이번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후 2주 정도의 예비실사 기간을 거쳐 오는 25일 본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며 최종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경우 내달 초쯤 본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모기지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의 운항 중단 이후 지난 8월 하이에어와 에어로케이 등 두 항공사가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해 비정기 편 운항에 나섰으나 한달도 채 안돼 두 항공 모두 운항을 중단하면서 양양국제공항이 또다시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상태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공항 살리기 안간힘
강원특별자치도는 플라이강원의 공개 매각을 통한 새주인 찾기와는 별개로 공항 활성화를 위해 단체관광객 무사증 입국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동남아 전세기 유치에 나서는 등 양양공항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2018~2020년, 2022년 6월~2023년 5월까지 운영됐던 양양국제공항 무사증 입국을 2024년 5월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이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
무사증 입국제도 연장에 따라 겨울스포츠, 서핑투어, 템플스테이, 의료관광 등 특색있는 관광자원과 연계한 체험형과 맞춤형 관광상품을 운영,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또 양양국제공항과 필리핀 마닐라를 연결하는 전세기를 유치하기 위해 강원관광재단과 함께 현지 여행사와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고 양양과 베트남을 오가는 전세기 상품을 개발, 내년 초 10회 정도 운항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강원관광재단은 동계, 웰니스, 한류 등을 홍보하고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등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올해 겨울시즌을 앞두고 베트남 다낭과 라트랑 등 동남아 3개 노선과 국내 노선을 유치 중에 있다"며 "무비자 입국 제도를 활용한 동남아 관광객 유치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차지도, 관광인프라 확충 '집중'
플라이강원 공개 매각이 이달 진행되면서 새로운 인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양양국제공항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는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데 행정력을 쏟기 보다는 공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민선 7기 강원도와 양양군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플라이강원에 운항장려금과 손실보전금 명목으로 144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양양국제공항 운영 중단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민선 8기 들어 김진태 지사는 이전까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예산 지원에 부정적이다. 민간기업인 플라이강원이 언제까지 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추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자 예전과 같은 대규모 현금성 지원은 더이상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대신 양양공항 화물터미널 건립, 관광 콘텐츠 개발 등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진태 지사는 “언제까지 항공사의 적자를 지자체가 현금을 지원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고기는 잡아주는 것보다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인프라 확장에는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과 같은 여러 국제행사와 이벤트들이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만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양양국제공항을 제대로 살려보겠다”고 강조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