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우기 엿보이는 R&D 예산 구조조정
잼버리 파행 문재인 탓 돌리면서 깎은 새만금
尹대통령 결자해지 요구 野..여권서도 반대 목소리
민주, '자체 예산안' 으름장 놓지만 증액 권한은 없어
"주요사업에 출장비까지 깎으면 협상 응할 수밖에"
잼버리 파행 문재인 탓 돌리면서 깎은 새만금
尹대통령 결자해지 요구 野..여권서도 반대 목소리
민주, '자체 예산안' 으름장 놓지만 증액 권한은 없어
"주요사업에 출장비까지 깎으면 협상 응할 수밖에"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들끓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공을 들였던 국가 연구·개발(R&D)와 새만금 개발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해서다. 당장 이달 국정감사에서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해 11월 예산심사에서 본격적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R&D 예산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카르텔’이라 지적하면서 올해 대비 16.6%나 깎인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R&D 예산이 삭감되는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좀비기업을 지원하는 성격, 또는 특정 집단의 기득권에 따라 ‘예산 뿌려주기’식 사업들만 골라내 구조조정을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학계는 정부가 재정 비효율을 개선할 책임을 떠넘기고 과학기술 연구 전반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과학기술 발전 사이 가치논쟁인 듯 보이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부 지우기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전임 정부에서 집중 지원했던 연구 분야들 위주로 삭감된 반면 현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들은 증액돼서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늘렸던 감염병 대응과 중소기업 지원 사업,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려 늘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이 주요 삭감 대상이 됐다. 이에 반해 윤석열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우주·원전·바이오 등과 관련한 R&D 예산은 크게 늘었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811억원, 바이오·의료 기술개발 746억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242억원 등이다.
R&D 예산 삭감은 과학계는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부에서 관리 문제까지도 생각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R&D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윤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이자 예산결산특별위원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간의 비판을 알고 있다’는데 정부는 삭감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첨단과학기술 기반 국방혁신’을 외친다”며 “사태의 시발점은 대통령의 ‘카르텔’ 한 마디였다.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이는 또 다른 예산 삭감은 전라북도 새만금 개발 사업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애초 요구된 규모보다 77.6% 줄어든 1479억원에 그쳤다. 주요 SOC인 새만금국제공항은 580억원이 요청됐지만 66억원만 편성됐고, 고속도로는 1191억원에서 334억원, 신항만은 1677억원에서 438억원으로 축소 반영됐다.
1987년 노태우 정부가 시작해 36년 동안 부침을 겪으며 부진했던 사업이라지만, 짧은 기간에 분위기가 급랭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는 이차전지 기업 투자 등 6조6000억원 유치에 성공했고, 지난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되면서 추가 기업 투자가 기대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전북을 찾아 ‘임기 내 새만금 사업 완료’를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 직후다. 국민의힘에선 전북과 전임 문재인 정부의 부실한 준비를 탓했고, 나아가 잼버리를 내세워 새만금 사업을 촉진시키는 데에만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정부 차원에선 감사원이 전북과 잼버리 조직위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내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사업이 차지하는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민주당은 전북이 텃밭인 만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삭발농성을 하는 등 극렬히 반발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 전주시 연고인 정운천 의원이 지난달 나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직접적으로 예산 정상화를 주문했고, 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이정현 부위원장은 전남 순천시 국회의원을 지냈던 만큼 언론을 통해 “3살짜리 같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R&D와 새만금은 물론 복지 정책 등 현 정부가 큰 폭으로 삭감한 예산들을 모두 복원하겠다는 각오로 예산심사에 나선다. 자체적으로 예산안을 마련해 통과시키겠다는 으름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예산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쉽지 않다. 때문에 국회가 가진 예산을 삭감할 권한을 활용해 예산 복원을 유도해내겠다는 게 민주당의 복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는 사업들의 예산 삭감을 밀어붙여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국회는 예산을 삭감할 권한밖에 없으니 정부의 예산 삭감에 삭감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주요사업은 물론 실무에 필요한 활동비나 출장비도 깎고자 나서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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