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생활고에 자식과 함께 극단선택하는 부모..."동반자살 아닌 아동살해입니다"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3:23

수정 2023.10.03 13:23

송파 일가족 사망 사건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단기간 금전문제 닥친 듯
전문가들 "유교문화로 부모살인만 가중처벌…강화해야"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와 빌라, 경기 김포의 호텔 등 세 곳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24일 A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 2023.9.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진=뉴스1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와 빌라, 경기 김포의 호텔 등 세 곳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24일 A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 2023.9.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3일 오전 7시 29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아파트에는 A씨의 친정이 있었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후 경찰이 A씨의 동선을 확인하던 중 송파구 송파동의 한 빌라에서는 A씨의 남편, 시어머니, 시누이 3명이 동시에 숨진 채 발견됐다. 비슷한 시각 김포의 한 호텔에서는 A씨의 초등학생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 3명이 숨진 현장에서는 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서 2장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2일 딸과 함께 호텔에서 투숙 후, 혼자 호텔을 빠져나왔다는 것이 확인돼 경찰은 그가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A씨의 초등학생 딸과 시어머니의 직접 사인은 '외력에 의한 경부압박질식사'라고 추정된다는 부검의 1차 구두 소견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족은 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 6월 2억7000만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돼 있었다. 가족이 살던 빌라 앞에는 지난해부터 도시가스 요금 187만3000원, 수도요금 94만4000원 체납 고지서 등이 남아 있었다.

경제 사정 악화 등으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 선택 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3일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극단 선택을 결심한 부모에게 살해 당한 아동 수는 지난 2018년 7명, 2019년 9명 등 10명 미만이었지만 2020년 12명, 2021년 14명, 2022년 14명으로 늘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런 아동 살해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가 벼랑 끝에 몰려 저지르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를 소유물로 취급하는 그릇된 인식도 극단선택을 앞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으로 보고 부모는 성장할 때까지만 돌보는 역할로 보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에 열성을 다하는 문화여서 자녀 애착이 강하고 소유물이라는 생각도 있다"며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는 만큼 동반 자살은 틀린 용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부모를 살인하는 존속살해죄처럼 자녀 살해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형법 제250조는 살인의 경우 징역 5년 이상, 존속살인은 징역 7년 이상 처벌하도록 돼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 단위의 각자도생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혀 있는 동시에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아동 복지의 수준이 낮아 남겨진 자녀를 걱정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분명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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