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에서 추진되는 '블록체인 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블록체인업계의 우려가 크다. 방향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부산시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말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BDX)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하는 BDX는 오는 이달 중순 공모를 시작해 11월 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내 법인 설립을 목표로 한다.
원자재와 귀금속 등 가치 있는 자산을 토큰화하고, 거래소에서 이를 구매한 뒤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블록체인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부산시의 목표다. 거래소는 원자재, 귀금속, 지적재산권(IP), 탄소배출권 등 모든 가치 있는 자산을 토큰화한 후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블록체인업계에서 가장 논의가 활발한 두 핵심 자산인 가상자산과 토큰증권(ST)은 1차 거래 추진 대상에서 빠져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정하는 특정금융정보법이나 토큰증권을 관리하는 자본시장법보다는 전자상거래법에 맞춰서 설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토큰증권 등은 정부 당국이 아직 명확한 규제를 내놓지 않고 있어 그 부분은 앞으로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글로벌 혁신특구’로 승격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의 신고수리 절차를 마련해 놓은 중앙기구의 절차적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며 "중앙정부의 정책적 기조와 규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거대한 사업계획안만 계속 발표하며 무책임하게 민간투자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프라에 대한 지적도 있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이 서울과 판교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부산으로 갈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 내 금융 공공기관 등이 출자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부산 블록체인 혁신 펀드(BBF)'를 발표했지만 '계획 중'인 단계고, 부산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현재로서는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블록체인 인프라와 관련해, 현재 부산은 1970년대 경공업 태동기 정도"라며 "정치인 출신들은 재기를 위한 교두보로, 코인 거래소 출신들은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라고 털어놨다.
업계 전문가는 "도시의 산업 정체성은 지자체의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산업의 핵심 인프라와 인력들이 유입될 동인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을 때, 실질적 '필요'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블록체인 산업이 가진 근본적인 위기는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이나 유동성 축소가 아니다"라며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통찰이 부족해 생기는 '방향성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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