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핵무력 포기 없다는 불가역적 원천 차단의 의미
-北 법체계 절대권력에 좌우되나 비핵화 어려워져
-신냉전 역이용해 핵보유국 공식지위 인정 가속화
-세습 3대 수령으로써 기반 굳히려는 국내정치적 셈법
-北에 대한 반응 대처 넘어, 선제적 대안 마련 고민해야
-비핵화 해법 너무 먼 지점에 있다는 사실 직시가 출발
-NCG 기반 대응 의제, 다양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다뤄야
-북한 오판 방지 기여, 원자력 협력.. 한미일 협력에도 선순환
-북한 핵무기 인질화, 다른 수준의 군사적 위협 도발 가능성 주지해야
-한국 北 핵보유 직시.. 촘촘한 대응 시나리오 개발, 절차 숙달 필요
[파이낸셜뉴스]
첫째, 핵무력 포기는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셈법이 있다. 헌법 명시는 이 정책을 되돌리는 길을 원천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북한체제는 절대권력자의 의지대로 법체계가 움직이는 만큼 법적 구속력과 기능이 민주주의 국가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헌법 자체에 명시되었다는 것은 추후에 상황이 바꾸었더라도 쉽게 핵무력정책을 헌법에서 빼기는 어려운 구도가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비핵화 해법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다.
둘째, 자체적 핵무력 보유 이상의 지위를 노리는 셈법이 있다. 핵무력을 군사적으로 보유한 것을 넘어 법제화, 헌법화한 것은 이제 헌법적 지위에 부합하는 위상을 국제사회에 드러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헌법 명시를 통해 핵무력 보유 기정사실화를 강화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핵보유국 공식 지위를 인정받는 절차를 가속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북한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김정은 수령화의 포석이다. 절대권력자가 절대무기를 완성했다는 사실을 헌법명시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함으로써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달성한 후계자라는 성과홍보를 통해 제3대 수령으로써 기반을 굳히는 국내정치적 셈법도 있다.
북한의 핵무력 헌법 명시는 그 자체로서 국제질서 위반이지만 이러한 북한의 국내적 의도가 신냉전 구도라는 국제적 환경과 맞물려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행태에 대한 반응적 대처를 넘어 판도를 주도할 선제적 대안 마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비핵화’ 해법이 너무 먼 지점에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우선은 NCG(올 4월 한미정상 워싱턴회담 결과로 출범한 핵협의그룹)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한미동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상설협의체인 N 기반 대응 차원에서 의제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의제로 잘 진행하되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한국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포함하는 사안도 다룰 수 있도록 확대·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강압에 한국형 확장억제와 원자력 인프라 극대화로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오판 방지에 기여할 수 있고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원자력 협력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에도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6·25전쟁식 대응에서 벗어나 현실상황에 기반한 전장 시나리오를 다양화하여 사전에 촘촘한 해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은 지금까지 제6·25전쟁을 막겠다는 군사적 관성으로 전력, 인프라, 작계 등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핵무기 없는 북한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다르다. 적국의 무기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게임이 변화된 전장을 제대로 직시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나아가 이에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인질화하여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주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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