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빠른 공 앞세워 부담되는 성인 대표팀 첫 선발 임무 완수
박영현, 전성기 오승환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투구
윤동희, 4타수 3안타 맹타
최지민, 2사 만루 상황에서 린안커 잡아내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한국 야구가 10월 2일 펼쳐진 예선 2차전에서 대만에게 0-4로 패했다.
예상보다 대만 야구가 강했고, 특히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매우 뛰어났다. 타선이 터지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뼈아픈 패배였지만, 한국으로서는 소득이 아예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03년생 4인방의 활약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 나가야할 인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대만전같은 큰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것은 가깝게는 APBC, 멀게는 다음 WBC와 올림픽에서 충분히 이들에게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미가 된다.
일단 문동주는 대만전에서 국가대표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사실, 이제 겨우 풀타임 2년차 문동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짐이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당시 천하의 류현진 조차도 대만전 선발이 부담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자리다.
하지만 문동주는 70구 투구를 하며 4이닝 3피안타 1사사구 3K 2실점으로 막아냈다.
물론, 1회 커브를 던지다가 린위커에게 맞은 3루타나 4회 폭투는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국제대회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존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변화구는 아쉬웠지만, 155km를 넘나드는 포심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향후 WBC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박영현은 더 엄청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필승조로 활약하게 될 선수다. 6회 마운드에 올라온 박영현은 3타자를 공 9개로 3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낮은 곳에서 떠올라가는 특유의 무브먼트에 대만 타자들은 방망이를 헛돌리기 바빴다.
마이너리그 소속 포수 린쟈정은 헛스윙 3개로 삼진을 당했다. 피츠버그의 유망주 쩡종저도 2개의 헛스윙을 하며 3구 삼진을 당했다. 2번타자 린즈웨이는 헛스윙 3개로 삼진을 당했다. 3번 타자 린리만이 박영현의 공을 맞혀냈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되었다.
과거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을 연상시킬만큼 엄청난 투구였다.
최지민도 나쁘지 않았다. 5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한 최지민은 초구와 2구에 강한 포심을 꽂아넣었다.
그리고 린안커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만약, 이때 최지민이 실점을 했다면 대한민국은 더 빨리 백기를 들게 될 수도 있었다. 향후 대한민국의 셋업맨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좌완 투수가 부족해 더욱 최지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타선에서는 윤동희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미국 마이너리거이자 대만을 대표하는 투수 린위민과 린츠청에게 모두 안타를 때려낸 타자는 윤동희 뿐이다.
윤동희는 이날 무려 3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타선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했다.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한국대표팀 최고 타율의 타자는 윤동희다.
류중일 감독은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윤동희를 중심타선 혹은 테이블세터로 올려야하는지를 고민해야할 정도다.
앞으로중요한 것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여부다.
일례로 앞으로도 문동주를 계속 선발로 활용할 것인지, 박영현은 중간으로 혹은 마무리로 활용할 것인지, 윤동희의 타순을 어디에 넣어야 할 것인지 등이 대표적이다.
패배는 뼈아프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미래들에게 작은 희망은 봤다. 03년생 4인방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는 향후 대한민국의 메달 전선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