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폭 잡던 '범단죄', 전세사기 이어 '코인 사기'에도 적용되나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4:45

수정 2023.10.03 14:45

ⓒ News1 DB /사진=뉴스1
ⓒ News1 DB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수사기관이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를 가상자산범죄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팀을 꾸려 저지르는 기업형 금융범죄가 늘면서 이를 엄단하자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범단죄를 적용할 경우 피의자 처벌은 강화하고, 범죄수익 환수 등 피해 회복도 수월하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까지 '범단죄' 기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조직폭력배 등 폭력조직에 주로 적용됐던 범단죄는 최근 보이스피싱·전세사기·리딩투자 등 조직적 금융범죄에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의 경우 임대인과 부동산중개업자, 빌라 건축업자 등이 결탁했다고 보는 경우 검찰이 기소단계에서 범단죄를 적용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지난 6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명의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 약 305억원을 편취한 일명 '건축왕'과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을 기소하며 범단죄 혐의를 적용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7월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리딩투자 사기 문자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12억5000만원을 뜯어낸 8명에게 마찬가지로 범단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각각 전세사기 조직·주식 리딩방 조직에 처음으로 범단죄가 적용돼 기소된 사례다.


범단죄가 최근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사례는 보이스피싱 범죄 사건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지난 2010년대 중반 처음 범단죄가 보이스피싱 사건에 적용됐을때 변호사들은 '너무 광범위하게 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법원에서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는 (범단죄 적용이) 일반화됐다"며 "범죄단체조직 가입·활동 혐의 등이 적용되면 사기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단순 가담자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합수단 "'김치코인' 사기에 범단죄 확대 필요"
서울 남부지검에서 운영중인 가상자산합동수사단에선 가상자산 범죄 피의자에 범단죄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관련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데다 범죄수익을 신속히 몰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 가상자산 의심거래는 2021년 66건, 지난해 900건, 올해 6월말 943건으로 1년 6개월 동안 1322% 급증했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규모도 2017년 4674억원에서 지난해 1조192억원으로 급증했다.

기노성 합수단 부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가상자산의 규율에 대한 법적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3회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김치코인'을 지속적으로 발행해 사기 판매하는 조직, 조직적인 불법 환전을 통한 돈세탁 업체 등의 경우에는 '범죄집단'으로 의율해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단체조직죄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빠르게 주범을 처벌함으로써 피해 확산도 막고 범죄 수익도 박탈하는 효과적 수단이다"라며 "추가로 제3자의 (범단죄) 고발 독려로 초기에 사건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수사기관들의 협업 체계 등이 정비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범단죄 적용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인 사기에 범단죄 적용시 범죄수익 추징·몰수가 간편해지고, 기소 전 몰수도 논의될 여지가 있는 등 분명 실익이 있다"면서도 "다중 범죄라고 해서 범죄단체로 묶으면 관련자 모두가 같은 죄책을 지는 문제가 생기고, 수사기관도 혐의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노력이 적어지기에 혐의 적용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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