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술자리에서 알게 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여성을 두고 검찰과 법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상대)남성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해 무고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경찰·검찰 "걸어가며 애무 등 스킨십..합의한 성관계"
지난 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30대 여성 A시(31)는 2021년 6월19일 늦은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야외 주차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집에 돌아온 뒤 자정을 넘긴 0시4분 112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A씨는 경찰서에서 “번호를 교환했던 남성이 골목으로 자신을 유인해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주변 사람들로 인해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며 “수차례 시도 끝에 결국 야외 주차장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해 제대로 거부할 수 없었으나 거절 의사는 명백히 밝혔다”며 “꼭 잡아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틀 만에 A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은 강간 및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됐다.
경찰은 “A씨는 남성과 합의로 성관계를 했을 뿐 강간을 당하거나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며 “A씨가 이 남성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무죄..성관계 언제든 동의 번복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지난 1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이 남성은 사건 당일 이태원의 한 바에서 처음 만났다.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호감을 느껴 연락처를 교환했다. 바에서 나온 이들은 밤 거리를 배회하며 스킨십을 나눴고 이는 고스란히 CCTV 등에 담겼다.
A씨는 법정에서 “처음엔 스킨십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라며 “이런 상황이 처음이다 보니, 내가 너무 매력적이거나 괜찮으니까 이 남성이 이런 행동을 하는건가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남성의 행동 수위가 점점 높아져 급기야 노상 주차장에서 알몸으로 성관계를 갖게 되니 자괴감과 수치심이 들었다”며 “성관계를 갖기 싫었는데 힘이 없어 소리를 지르거나 거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법정 진술을 참작해 “피고인은 신체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이 남성에게 호감을 느껴 연락처를 교환하고 서로 스킨십을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불특정 다수인이 왕래하는 개방된 장소에서 옷을 벗고 성관계를 하는 것까지 흔쾌히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했다고 추단함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CCTV 영상엔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성 모습 담겨
또 이 사건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성관계가 이뤄진 야외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약 8분 뒤 도로변으로 나와 그대로 주저앉는 장면이 확인됐다.
남성 역시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도로변으로 나오자마자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이 남성은 울고 있는 A씨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달라 해 잠금을 해제하고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신의 발신통화 기록을 삭제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성관계 직후 A씨가 보인 이와 같은 행동은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가진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달 12일 항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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