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선원직 매력화와 공급방안 다양화" 제시
한국해양기자협회 '10만 선원 양성' 추계 포럼 열어
한국해양기자협회 '10만 선원 양성' 추계 포럼 열어
[파이낸셜뉴스] "임금 인상 등 선원직 매력화 방안과 선원 공급방안 다양화를 동시에 시행해야 합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루비홀에서 '10만 선원 양성 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국해양기자협회(회장 이주환) 추계 포럼에서 하영석 계명대 교수와 김영모 한국선장포럼 사무총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두가지 방안을 동시에 써야 할 만큼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해기인력 부족 현상속에서 국내 해운업계에서도 10년 후 국적 외항선의 절반 이상이 선원 부족으로 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축전을 통해 포럼개최를 축하하면서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 선원 노동시장은 '위기'라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다"며 "청년 선원들은 배를 떠나고 있으며, 해양수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영석 교수는 선원수급난 대책으로 해양대 비승선 학부로의 해기교육 확대를 우선 들었다.
그는 "다른 부문 전공자에 대해 기초 해기교육과 심화 해기교육을 일정 학점 이수토록 해 이수자에게 3, 4급 해기사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에서 타 부문 전공자의 30~40%가 참여하면 400~500명의 해기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 교수는 이어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가 아시아 국가를 각각 1, 2개국씩 맡아 현지 대학에 교수 인력과 장비 지원을 통해 연간 200~300명의 한국친화적 해기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더 나아가 국내해운업계가 해외에 공동으로 선원 아카데미를 세워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은 이미 필리핀에 'MAAP'라는 아카데미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장기승선 유인전략으로 하 교수는 구인난이 특히 심각한 상급해기사 확보를 위해 5년 승선 후 상급해기사 진급시 현재 1.4배인 임금격차를 1.6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찾는 MZ세대들의 5년 이상 장기승선 유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복리후생이 특히 중요하다"며 "장기승선자 근로소득 비과세를 확대하고, 4개월 승선 후 60일 휴가를 주는 방안 등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모 사무총장은 외항해운보다 내항해운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항해운의 경우 무엇보다 선박 과잉으로 경영악화가 우려된다"며 "내항선박량 자율규제제도를 도입해 내항선사의 채산성 악화를 막는 한편으로 내항해기사의 급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본 내항해운은 임금이 외항의 76% 수준이나 한국내항은 외항의 64%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30년에 3,271명, 2040년에 6,228명의 해기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내항선원은 고령화가 뚜렷해 60세 이상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일본의 내항선원 중 60세 이상은 27.8%에 불과하다.
그는 임금인상과 함께 "내항선박 해기사의 취업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며 "선원파견사업 등을 통한 예비원 확보 및 적절한 교대와 유급휴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내 거주시설 개선과 연안의 e-내비게이션(Navigation) 시스템 활성화를 통한 이(離)가정성·이(離)사회성 해소도 과제로 들었다.
그는 또 내항상선 초급해기사 양성방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해운조합이 6급해기사 양성계획에 따라 올해 항해사 15명, 기관사 9명을 배출한 것에 주목했다. 현재 내항상선 해기사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5급 및 6급 해기사)과 해사고(4급 해기사), 한국해운조합(6급 해기사), 해양군사대학(5급 해기사) 등에 의해 양성되고 있다.
주제발표에 이어서는 패널 토론이 이어졌으며 패널로는 이민석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장, 박주현 하나마린㈜ 전무, 박현준 선원노련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한편 선원 확보를 위한 대책은 올들어 정부와 선원단체에서 잇따라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적선원 규모 유지·확대를 위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선원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승선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이고, 선내 초고속 인터넷 구축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같은달 한국해운협회는 사장단 연찬회에서 선원기금 조성을 결정했다.
이어 한국해운협회와 선원노련은 지난달 25일 선원의 승선기간을 단축하고 유급휴가를 확대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추진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부처간 협의와 국회 통과를 통해 현실화되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고, 또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기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더 이상 선원비를 비용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되며 양질의 저임금 선원은 이제 없다는 것을 선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임금 현실화가 중요한데 현장의 분위기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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