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돌보던 푸른눈 간호사 '위대한 여정'
[파이낸셜뉴스] 전남 소록도에서 약 40년 동안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던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시신이 생전 본인의 뜻에 따라 오스트리아 의대에 기증된다.
인류 위해, 시신마저 의대에 기증한 마가렛
6일(현지시간) 마가렛 간호사의 유족과 지인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의 시신은 티롤주 주립병원이기도 한 인스부르크 의대 병원에 안치돼 있다. 고인의 주검은 장례 후 이 대학 의학부 해부학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족 대표이자 마가렛 간호사의 동생인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오래전부터 내비쳤다"라며 "소록도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을 때쯤부터다"라고 전했다.
몸 늙어가자, "섬사람에 부담주기 싫다" 조용히 떠났던 그녀
마가렛 간호사가 오스트리아로 귀국한 건 2005년 11월이다. 몸이 늙어 환자들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섬사람들에게 부담 주기 싫다"라며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조용히 소록도를 떠났다고 한다.
의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처럼 건강이 악화하기 전에 이미 본인이 뜻을 세워 두신 것"이라며 "마가렛은 삶을 마감한 후에도 자신의 몸이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을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폴란드 태생인 마가렛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전남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보며 39년간 봉사했다.
짓무른 손발, 맨손으로 간호하던 '두 명의 여성'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던 한센인들의 짓무른 손발을 맨손으로 소독하고 매일 같이 정성을 다해 돌본 마가렛과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89)의 삶은 두고두고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 마리안느도 2005년 마가렛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증 치매를 앓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한 마가렛 간호사는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지난달 29일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마가렛 간호사의 장례미사는 7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 티롤주 인스브루크의 한 성당에서 개최된다.
우리 정부는 마가렛과 마리안느 등 두 간호사에게 국민포장(1972), 대통령 표창(1983), 국민훈장 모란장(1996) 등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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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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