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지주 연구소, 日 규제 개선 사례 속속 선봬
"단기수익확대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파이낸셜뉴스]
"단기수익확대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
정부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방안' 발표가 연기된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들이 싱크탱크인 각 사 경영연구소를 통해 일본의 규제 개선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며 금융당국 압박에 나섰다. 다만 불공정 경쟁 논란을 의식한 듯 비금융업 진출을 통해 기존 업계와 경쟁하기 보다는 상생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융당국은 8월 말 금융회사에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골목상원 침해 우려, 잇따른 은행권 대형 사고 등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빅블러(금융·비금융 경계가 무너짐) 시대를 맞아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금융지주로서는 갈 길이 바쁘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금산분리 완화를 예상하고 조직개편, 투자 계획을 수립해 왔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와 관련해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방식을 추가 보완하는 방식뿐 아니라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해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자사 싱크탱크인 경영연구소를 통해 일본 금융업 규제 개선 사례를 정리한 보고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경영연구소측은 내부 요청으로 만든 자료라고 밝혔지만 비금융업 진출 허용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금융권에 대한 다양하고 고도화된 비금융 서비스 요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은행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2016년부터 규제 완화가 시작된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일본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비금융서비스는 △인력소개 △정보 이용 및 활용 △디지털화 지원 △ESG 지원 △지역활성화 △산업 생산성 향상 △타 금융기관 및 사업자에 대한 백오피스 등이다.
KB경영연구소측은 "일본 시중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은 당장의 수익 확대 목적보다는 거래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 지원을 통해 유대 관계를 강화해 은행 및 계열사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국내 시중은행도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을 단기적인 수익 기반 확대보다는 장기적인 시점에서 국가 및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 제고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일본 금융회사인 스미토모미쓰파이낸셜그룹(SMFG)의 기업금융 솔루션 강화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SMFG는 중소·중견기업이 일반 경영업무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대상 디지털 비즈니스’를 확대하며 기업금융 솔루션을 강화했다"며 "그 결과 일본 3대 금융그룹 중 중소기업 대출이 최대 폭 증가하고, SMBC은행은 중소기업을 위한 일본 최고의 은행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전면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규제 완화에 대비해 비금융사업 진출을 통한 기업금융 솔루션 강화 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찌감치 지난 2월 '금산분리 규제완화와 일본은행들의 비금융 비즈니스 진출'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며 "특히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요양사업 같은 곳에 진출한다면 은행 만이 갖고 있는 '신뢰자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