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위원장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게임과 이스포츠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지난 5일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유인촌 장관의 과거 장관 재임 시절 게임 정책 관련 내용들은 수많은 기사로 다뤄졌으니 생략한다. 대신 국정감사 일정, 특히 국감 직전에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국회 막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본래 계획대로 이달 10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5일 오전까지도 이 일정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상임위원회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제도, 그 중에서도 청문회 실시 이후의 절차부터 공유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종료되면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해야 한다. 경과보고서에는 실시 경위와 자료 제출 현황, 청문회 모든 질의답변의 요지, 인사청문 요약과 종합의견이 실린다.
중요한 것은 종합의견이다. 여기에 담길 내용을 두고 여야가 다투기 일쑤다. 청문회 결과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결론짓는 대목이라 그렇다. 당연히 여당은 적격, 야당은 부적격 의견을 낼 때가 많다. 한가지 의견으로 통일하기 쉽지 않다. 극적으로 협의되어 채택이 되더라도 '적격 의견이지만 어떠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라고 소수 의견이 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경우도 있긴 하다. 적격과 부적격의 의견을 절반씩 병기하여 종합의견에 반영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임명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과보고서가 그랬다. 그런데 이마저도 타협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3일 기한을 넘겨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다.
이처럼 국회가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게 된다. 여야가 협의해주길 더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10일 기한을 꽉 채워 기다리는 경우는 없다. 보통 대통령이 '언제까지 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짧으면 하루, 보통 2~3일의 기한을 정하여 국회에 알린다. 그런데도 그 안에 협의가 안되면 대통령은 국회 보고서 채택이 없더라도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시점을 돌려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재 상황을 보자. 다행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르게 협의하여 지난 5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만약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졌을까. 불발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플랜B는 여러가지다. 먼저, 현재 문체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으므로 그가 출석하여 10일 문체부 본부 감사를 치르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미 사퇴수순인 장관이 순순히 응할 리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국정감사 질의를 하는 것도 썩 좋은 그림은 아니다. 10일 문체부 국감을 강행하기 위해 제1차관을 장관 대행으로 앉히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더 가능성이 낮다.
두번째는 새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기다려 문체부 본부 감사 날짜를 뒤로 미루는 방안이다. 이것은 두 가지 안으로 다시 나뉜다. 먼저 다른 날짜로 배정되어 있는 기관의 감사와 문체부 본부 감사를 맞바꾸는 안이다. 이를테면 12일 예정된 문화재청 감사 혹은 17일 문체부 1차관 소관 기관들의 감사를 10일에 치르고, 문체부 본부 감사를 12일이나 17일에 실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론 국정감사 기간 내 비어 있는 날짜에 문체부 본부 감사를 하는 안이 있다. 마지막 종합감사일 전까지 감사가 없는 날짜는 11일, 16일, 18일, 25일이다.
그러나 다른 기관의 감사일자와 맞바꾸는 안도, 비어있는 날짜에 감사를 하는 안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두 방안 모두 증인과 참고인이 문제다. 하나씩 설명해보자면, 우선 12일 문화재청과 맞바꾸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증인과 참고인들의 출석일을 변경하기 위해선 출석일로부터 7일 전까지 위원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10일과 12일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을 맞바꾸기 위해선 각각 3일과 5일에 의결되어야 하는데, 이미 지나버린 날짜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26일 종합감사일에 증인·참고인들을 한데 몰아넣으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너무 많은 인원을 하루에 소화하는 것도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일자를 늦춰 11일, 16일에 진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각각 4일, 6일(9일은 휴일이므로)에 의결됐어야 한다. 25일로 늦추는 것은 너무 늦다. 바로 다음 날이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다. 남는 것은 18일인데, 25일보단 가능성이 높지만 국감 중반전에 본부를 감사하는 것도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마지막 가능성은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다. 5일 청문회를 했으니 7일까지 보고서 채택을 기다렸다가 8일에 '오늘 자정까지 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요청, 채택 불발되는 즉시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야당의 반발을 크게 사지만,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다.
어찌됐건,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이 되었기에 위 선택지들이 가상 시나리오로 그치게 되긴 했다. 그러나 신임 장관 체제로 10일부터 국감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진 않다. 방금 임명되어 업무 파악도 덜 된 신임 장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하는 것은, 제대로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국정감사 직전에 개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선 안된다. 더군다나 올해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다. 유종의 미를 위해 두 배로 열심히 준비해도 모자른 판에, 시작도 하기 전에 꼬여버린 탓에 입맛이 쓰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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