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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떨어져도 감흥 없어"...카카오 주주들, '체념' [e종목은 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9 05:00

수정 2023.10.19 09:52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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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7층(평단가 17만원대) 입주민입니다. 이 놈이 뭐를 하던 감흥도 없네요. 지하실 다음에 지진이 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합니다." 안타까움, 분노, 그 다음은 체념이다. 카카오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자, 주주들은 아우성을 넘어 체념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카카오의 주가는 과거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액면분할과 국민주 등극, 비극의 시작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52주 장중 신저가를 3거래일 연속 경신했다. 지난 4일 4만16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카카오는 다음날인 5일 4만700원까지, 6일에는 4만600원까지 하락했다. 6일엔 반발 매수세 덕분에 전일 대비 2.94% 오르긴 했지만 카카오는 4만원대 붕괴를 걱정하게 생겼다.


카카오는 앞서 지난달에도 18일부터 26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운 바 있다.

'카카오의 비극'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카카오의 주가는 50만원을 넘어섰고, 그해 4월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개미들은 유동성이 풍부해진 카카오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24일에는 장중에 17만3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75조원에 달했다.

카카오가 국민주로 등극하게 된 건 이 무렵부터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의 주식을 1% 이하로 들고 있는 소액주주는 2021년 3월 말 기준 71만명에서 6월 말 기준 154만명으로 3개월 만에 2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을 그렸다. 2021년 말 10만~11만원대로 떨어진 거다.

대한민국 '빅테크 대장주' 카카오가 저렴해진 틈을 타서 개미들은 더 많은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해 말 카카오의 소액주주는 206만명으로 늘어났다.

카카오의 주주가 50만명 더 늘어나는 동안, 카카오의 주식은 17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추락했다. 그동안 시가총액은 75조원에서 18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최고점(17만3000원) 대비 최저점(4만600원)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76.53%이다.

카카오의 주가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긴축 정책을 시작하며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었다. 국내 대장주의 양대산맥 네이버(NAVER)도 2021년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다만, 카카오처럼 4분의 1 토막이 나진 않았다.

■"악재는 많고 호재는 없다"

최근의 주가 약세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의견이 많다.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를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지난달 13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카카오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신사업에서 찾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들이 따로 상장을 했거나 준비 중인 상황에서, 카카오톡에 광고를 더 넣는 방법 말고는 더 큰 기대가 가지 않는다"라며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라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네이버의 올 상반기 주가가 카카오와 달리 연초 대비 높은 수준을 지속한 데는 '하이퍼클로바X'로 대표되는 AI 기대감 때문도 있다. 네이버가 먼저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흡수했다.

결국 카카오 주가는 신사업의 향방에 걸렸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사업 투자비 증가로 하반기 실적은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 성과가 주가 반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 "검색 데이터베이스(DB)와 알고리즘 강화 요구, 광고 및 커머스 등 핵심부문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곧 선보인다.
혈당 관리 플랫폼, 기업간거래(B2B) 의료 데이터 서비스, 병원 서비스 플랫폼의 세 가지 프로젝트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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