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조작 가능성" 고강도 비판에 당내 중진의원 사이 부정적 기류
"반국가 세력 규정, 도움되지 않아"
정부 여당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을 두고 "여론조작의 숙주"라고 지목하며 범부처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지 말자며 '침소봉대'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반국가 세력 규정, 도움되지 않아"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가 다음의 여론 조작 의혹 대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다음 여론 조작 의혹을 두고 "선거 조작 가능성"이라며 고강도 비판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4일 "포털의 여론조작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이라며 "지금 순간에도 어디선가 여론을 조작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기우가 아니라고 본다"며 여론조작 가능성을 우려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김 대표가 제안한 '댓글 국적 표기'에 대한 입법 의지를 밝히며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응원 조작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선거 조작의 길도 열릴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한덕수 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후 범부처 TF 구성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번 의혹을 과거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과 비교하며 후속 입법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정부의 발맞추기에도 당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감지됐다.
이러한 성토는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최근 윤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상당수 중진의원들은 이번 의혹을 더 키우지 말라는 조언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단순 조작 사태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 데다 당 지지율을 비롯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드루킹 사건처럼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닌데, 당에서 북한이 해킹하듯 보는 것 같다"며 "이런 의견이 나오자 윤 원내대표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과도한 대응이라는 주장에 윤 원내대표가 일부 수긍을 했다는 것이다.
한 다른 의원은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팩트체크가 정확히 안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이 문제가 내년 총선에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며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당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런 성토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이번 의혹에 대한 범정부 대응을 거둘 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가 의혹에 대한 재발방지 대응책 마련을 약속했고 정부에서도 범부처TF를 발족한 만큼, 정부여당은 발본색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