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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국제질서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0 06:00

수정 2023.10.10 06: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유엔 등 국제기구 역할 위축...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다각도 분석 필요 
 -1973년에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 
 -신냉전...국제질서 안정성 깨져, 혼돈의 국제질서라는 과도기 직면 
 -전 세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점 주목, 국제사회 연대 가속화 절실 
 -신냉전의 국제질서. 전쟁의 빈번화 막을 수 있는 거시적 해법 마련나서야 
 -한국, 국지도발·전면전·핵 강압 등 모든 유형 위협 투사하는 북한 상대 
 -韓 대북 억제·차단 계기 삼아 당장 유효한 ‘한국형 아이언돔’ 완성도 제고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국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패권 역학이 작동하지 않고, 세력균형 차원의 안정성도 취약하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역할도 위축된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개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군사 충돌이 바로 그것이다. 이스라엘이 이 싸움을 ‘전쟁’으로 규정하여 공식적인 군사 대응에 돌입했고 미국도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항공모함의 뱃머리를 중동지역으로 돌렸다.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 원인만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각도 차원에서 분석함으로써 점증하는 군사적 충돌을 막아내는 해법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원인으로 촉발적 변수를 들 수 있다. 이 전쟁의 촉발적 원인은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었다. 팔레스타인의 거주지역이자 성지로 여겨온 예루살렘 동부지역에 위치한 알아크사 모스크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이 충돌한 가운데 하마스는 폭력중단 등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고 이스라엘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하마스가 로켓공격이 나선 것이다. 이견을 외교나 협상으로 해결하지 않고 군사적 공격이라는 방법을 썼다는 점에서 촉발적 원인의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 하지만 동시에 촉발적 요인의 성숙 과정을 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어느 일방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이슬라믹 지하드 군사·통치 역량 파괴”를 이번 전쟁의 단기적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이번 전쟁을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구분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제한해서 규정한 이유는 하마스의 촉발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을 자위권 차원의 공습이라고 합리화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쟁을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연장선으로 규정하면 이스라엘이 지난 4차례의 중동전쟁처럼 이스라엘이 아랍세력 전체와 전쟁을 벌여야 하는 군사적·전략적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쟁을 역사적 요인과 구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둘째, 역사적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역사적 원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불거진 역사와 현재(1948년 당시)의 충돌이다. 유대인은 AD 70년 로마에 의해 함락된 예루살렘을 떠나 약 2000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유랑생활을 이어가다 역사적 고향으로 돌아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했지만 당시 그 지역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은 추방당하면서 장기전쟁이 불가피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더 이상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자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 제시되어 제3차 중동전쟁(1967년) 이전 국경을 기준선으로 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려고 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역사적 원인 측면에서 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쪽에만 책임이 있다고 돌릴 수는 없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번 공격은 1973년에 발생한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가장 큰 공격이다. 그렇다면 왜 50년 만에 대규모 공격이 발생했을까? 이는 국제질서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는 국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전쟁 발발을 막아내는 패권질서나 세력균형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상대적 힘은 약화되고 중국 등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는 가운데 단극체제, 양극체제, 다극체제도 아닌 혼돈의 국제질서라는 과도기에 직면한 상태다. 소위 ‘세력(Power)’ 역학에 의한 국제적 안정성이 어려운 와중에 ‘제도(Institution)’에 의한 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어서 분쟁이 전쟁으로 비화될 폭발력이 높은 상태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역할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번에 긴급으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도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반대로 만장일치 규탄 성명은 성사되지 못했다.

신냉전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라시아와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하루 속히 끝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그 연대를 가속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와 동시에 이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의 국제질서에서 전쟁의 빈번화를 막을 수 있는 거시적 해법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물론 한국도 국지도발, 전면전, 핵 강압 등 모든 유형의 위협을 투사하는 북한을 상대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여러 교훈을 도출하여 전쟁을 억제하고 북한의 여러 도발 시나리오를 유효한 수준으로 차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개발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 완성도 제고 차원부터 교훈 도출이 필요해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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