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 제작 맡은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fn·세종문화회관 주최 26일 개막
fn·세종문화회관 주최 26일 개막
파이낸셜뉴스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가 세계 정상급 테너 이용훈의 첫 한국 무대로 화제몰이 중이다. 오는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연극계 거장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작을 맡은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성악 전공자들은 이용훈을 포함해 칼라프 역 세 가수의 공연을 다 본다고 할 정도"라며 "티켓이 너무 잘 팔려 현재 VIP와 R석은 매진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작, 연극계 거장 손진책 연출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얼음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목숨을 건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푸치니가 칼라프를 대신해 희생하는 시녀 '류'의 죽음까지 작곡하고 숨을 거둬 미완성 유작이 됐다. 일반적으로 투란도트가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결말을 택하나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버전은 다르다. 손진책 연출은 앞서 "류가 지키고자 한 숭고한 가치를 더 깊이 되새기는 연출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만난 박혜진 단장은 '투란도트' 포스터를 가리키며 "서울시오페라단의 '리골레토'와 '마술피리'에 이어 '투란도트' 포스터도 사람 얼굴 일부분만 보이게 디자인을 했다"며 "이번에는 류가 스토리와 음악적으로 강조될 예정이라 류의 얼굴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공간은 기존 고대 중국에서 미지의 지하세계로 바꿨다. 이는 사랑이 없는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린 손진책 연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혜진 단장은 "한국적 미를 뽑아낸 오페라를 고려했으나 최종 현대적인 '투란도트'로 결정됐다"며 "(기존 '투란도트'에 비해) 어둡고, 음악 중심의 극에서 드라마가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칼라프 역은 2022-2023시즌 런던 로열오페라 하우스 코벤트가든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역을 맡은 테너 이용훈을 비롯해 경희대 음대 교수 신상근, 한국오페라예술원 교수 박지응(루디 박)이 번갈아 연기한다. '투란도트'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 이윤정·김라희가 맡는다. 이번 무대의 주요 인물인 '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소프라노 서선영과 뉴욕 메트오페라에서 활동하는 박소영이 연기한다.
박혜진 단장은 "심장이 안 좋았던 박지응은 이번이 재기 무대"라며 "예전의 (드라마틱 테너) 루디박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또 박소영이 리릭 레제로 소프라노로 갸날픈 류를 선보인다면, 보다 목소리가 굵은 리릭 소프라노 서선영은 좀 더 강인한 느낌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 대중화 위해 다양한 시도 계속할 것"
지난 2월 부임한 박혜진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 최초의 여성 단장이다. 또 현역 성악가이자 단국대 성악과 교수로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12회 가곡의 밤' 무대에 선 그는 "오페라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라 일이 재미있다"며 "밤 12시까지 일해도 고된 줄 모른다. 다만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니 잔다르크처럼 됐다"고 웃었다.
성악가 출신 단장이 드물다 보니 응원도 많이 받는다. 이번 이용훈부터 지난해 갈라콘서트의 진행자로 활약한 방송인 신동엽까지 놀라운 섭외력의 비결에는 30년 넘게 노래하며 업계에 몸담은 덕이 컸다.
"늘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는 그가 취임 후 선보인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 '리골레토', '마술피리', '갈라콘서트' 등은 다양한 시도로 주목을 끌며 흥행했다. '마술피리'는 절반 조금 넘던 객석점유율을 75%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번에 '투란도트'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기부자모임 '울림후원회'를 설립한 것도 뻬놓을수 없는 성과다. 제작비도 빠듯한 예산에 이용훈을 '현실적으로' 섭외할 수 있는 배경엔 울림의 역할도 컸다.
박혜진 단장의 목표는 오페라의 대중화다. "업계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헌신하면서 무대를 준비하는 기존 성악가와 성악 전공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구한 역사를 지닌 종합예술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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