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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국으로 줄줄 새는 핵심 산업기술, 방파제 쌓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9 18:46

수정 2023.10.09 18:46

유출기술 60%가 중국으로
반도체, 2차전지가 주대상
이인실 특허청장(오른쪽)이 지난 5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기술 탈취 및 지재권 분야에서의 조사·수사 역량 강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실 특허청장(오른쪽)이 지난 5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기술 탈취 및 지재권 분야에서의 조사·수사 역량 강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이 점입가경이다. 해외로 유출된 기술 가운데 60% 이상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힘들게 투자하고 연구해 기술특허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판국에 손에 쥐고 있던 기술마저 탈취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9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6개월간 경찰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범죄는 총 78건이다. 이 자료에서 주목할 대목은 유출된 국가와 품목이다.
우선 유출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51건(65.4%)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8건(10.3%), 대만·일본이 각 5건(6.4%)이다. 중국으로 기술유출건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출업종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기계(16건)에 이어 전기전자(11건), 디스플레이(10건), 조선(9건), 자동차철도(4건), 정보통신(4건), 로봇(3건) 순이다. 과거 기술유출의 주요 타깃이 자동차와 조선이었다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한마디로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제안보 전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대만, 일본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경제안보 동맹으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방어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의 반도체 기술뿐만 아니라 장비공급마저 대중국 수출이 통제되고 있다.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보조를 맞춰야 하다 보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출혈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 우리나라의 첨단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불법 유출되는 일이 빈번하다니 어이가 없다.

첨단기술 확보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용 투자와 핵심인재 확보가 전제되어야 될까 말까 하는 영역이다. 일본도 자본력은 있으나 반도체 첨단 연구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한국에 반도체 선두 자리를 내줬다. 그런데 핵심기술 개발은커녕 기존 특허기술이 경쟁국에 넘어가는 상황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한번 새나간 기술은 되찾을 수 없다. 더구나 첨단기술 유출은 국가 전략산업의 힘을 빼는 행위와 같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술유출을 막을 방파제를 견고하게 쌓아야 한다. 기술유출을 막는 제도적 장치는 해외유출을 방어하는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대기업에 기술을 탈취당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중소기업은 기술탈취 피해를 입어도 이를 입증할 여력이 떨어지고 재판 부담도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미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 제언과 법안 발의는 많다. 이 가운데 기술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재판 지연의 문제를 끊어내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처벌이 약하고 재판마저 길어지다 보니 기술유출을 안이하게 보는 문제가 생긴다.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기술보호 관련 법률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첨단기술이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라는 점을 다시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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