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MP "중국 대응은 '해외 분쟁 개입 않는다'는 오랜 정책과 일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면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연민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는 표현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비판한데 반해 양측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한 중국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은 중동 중재자 역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나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머 원내대표는 “중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중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연민을 보이지 않은데 ‘실망했다’고 덧붙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을 통해서도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끔찍하다”며 “나는 당신과 중국 국민들이 이스라엘 국민들과 함께 비겁하고 악랄한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에 대해 어떠한 동정이나 지지를 보이지 않은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 외교부가 지난 8일 성명과 9일 정례 브리핑 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대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친구'로 칭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동시에 촉구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런 이란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4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수장들을 베이징으로 초청, 회담 자리를 마련한 뒤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당시 양국은 상호 신뢰 구축과 중동의 안보, 안정, 번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달에는 이란을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 경제 5개국) 확장판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이란을 포함한 6개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브릭스 협력 체제의 정식 구성원이 된다.
그러나 중국이 중동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보도했다.
매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로 인해 중국의 접근 방식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대응은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오랜 정책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대만 자유시보도 같은 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친구라고 자칭하는 중국, 하마스를 강력 규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올해 3월 이란과 사우디 관계를 복원한데 이어 중동문제 특사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등 중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올해 6월 중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 중국과 팔레스타인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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