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의 갈림길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한가하다. 저출산·고령화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이후 반년 만인 지난 5일에야 회의를 열었다.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절실함은 이번에도 없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고령화 대응 컨트롤타워로 적합한지와 같은 한가한 논의만 이어갔다. 이 역시도 결론을 못 내고 끝이 났다. 다음 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하루에도 수없이 나오는 여야 의원들의 논평에는 저출산 키워드가 없다.
저출산대책 입법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난임부부들을 위해 난임휴가 확대 및 난임비용 지원 등을 담은 난임 관련 법안 여러 건이 발의된 지 오래지만, 수년간 계류 중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쏟아질 선심성 법안에 묻히고 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없는 저출산 관련 법안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 후 폐기 수순을 밟을 게 뻔하다.
저출산은 산업계 인력 부족과 기술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인재로 먹고사는 나라에 저출산은 치명타다.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문을 닫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배출되는 절대 인력 규모가 줄어드는데 많은 인재를 확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각종 지표는 한국 저출산 대응이 '골든타임'을 지났다는 걸 방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에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인원은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년∼2028년에는 4만7000명으로, 부족인원이 약 60배 증가한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고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이 지난해 252만명에서 2032년 248만명으로 1.6%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인재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규모의 숙련된 외국인 전문인력 모시기도 쉽지 않다. 정년연장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현금성 지원 등 파격적 대책을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결혼하면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출산 시 이자와 원금 등을 깎아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제시한 나경원 전 의원의 구상을 지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어떨까.
mkchang@fnnews.com 장민권 산업부 기자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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