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수원시에서 '몇천억 규모 전세사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발 소문의 실체가 확인되고 있다. 수원 일대에서 전세사기 의심을 받는 일가족에 관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300여건에 이르고, 수십명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11일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임대인인 정모씨 부부와 그의 아들, 이들이 세운 부동산 임대업 법인과 관련한 피해 신고가 297건 접수됐다.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법률 상담 신청이 대다수다. 피해 신고는 수원을 중심으로 화성시 병점과 장안 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차인 대부분은 20·30세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기준 '수원 전세사기' 관련 93건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미반환 보증금 약 90여억원 규모인데, 혐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정씨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 및 임대업 현황을 파악하고 사기 혐의 입증을 위한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 부부 및 아들 3명을 출국 금지 조치하고, 공인 중개사와 중개 보조원 등 4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임차인들도 고소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심리지원 전담팀 등을 꾸려 피해자 심리 상담을 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해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수원 전세사기;는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작성자는 "처형네 집 문제 때문에 수원 남부 경찰서에 방문했는데 곧 3000억~4000억 규모의 전세사기가 터질 예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씨 일가와 관련된 임차인들은 자체 온라인 단톡방을 만들어 대응 중이다. 임차인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정씨 일가 보유 건물은 현재까지 모두 51개다.
이 중 세대수가 확인된 건물은 37개, 675세대이다. 나머지 건물 14개의 세대수를 합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세 계약금 총액이 파악된 건물은 11개로, 이들 건물의 계약금은 도합 333억원 상당이다. 아직 구체적인 액수가 파악되지 않은 건물까지 합치면 총 전세 계약금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임대인 정씨는 지난달 23일 피해자 모임방에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버티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재임대까지 어려워져 더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임차인들에게 제때 고지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 깊이 사죄한다"면서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정씨 일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알려졌다.
지자체도 대응에 나선다. 수원시는 '전세 사기 피해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최근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체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부동산수사팀장 등 4명을 투입해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사경은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과와 별도로 공인중개사의 전세사기 가담 의심 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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