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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동남아 관광객 입국 막는 빡빡한 K-ETA 손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1 18:18

수정 2023.10.11 18:18

전자여행 허가제 완화 시급
관광객 3000만명 시대 장벽
한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자여행허가제가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의 입국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자여행허가제가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의 입국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전자여행허가제(K-ETA)의 승인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다. 1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K-ETA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불법체류 대응을 위해 2021년 9월 도입됐으나 깐깐한 심사와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제2의 비자'로 인식되면서 동남아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여행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ETA는 무비자 입국대상 112개 국가의 국민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의무적으로 사전에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여행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게 한 제도다. 3번 거부되면 별도의 비자 신청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K컬처의 선풍적 인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발급 여부가 불확실한 K-ETA가 관광 족쇄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 4명 중 1명이 동남아 관광객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이후 국내 여행 시장에서 동남아 관광객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1%에서 지난해 26%로 비중이 커졌다. 관광객 수가 많은 상위 10개국 중 5개국이 동남아 국가일 정도이다. 필리핀·베트남·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는 각각 4~8위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여행객들의 SNS를 분석한 결과 방한 태국 여행객 중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 언급 비중은 42.7%로 조사됐다. 일본에 대한 부정 언급은 28.2%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말레이시아 관광객의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 언급(38.8%)은 일본(11.9%)의 3배 이상이었다.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하는 사례도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K-ETA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고, 청소년(17세 이하)과 고령자(65세 이상)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한국어·영어 2개였던 언어지원 서비스를 일본어·태국어·중국어 등 6개 언어로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꾀해 입국 편의 증진에 나선 바 있다. 편의성이 높아졌고,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단체 전자비자 발급요건도 개선됐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객 입장에선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은 형편이다.

K-ETA가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 도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비자로 해외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규제는 환영받지 못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절차가 관광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불법체류자 억제책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 완화를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잠재고객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완화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한국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빡빡한 입국 잣대를 손봐야 한다.
특히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도입 취지에 맞게 입국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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