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진정한 패셔니스타는 액세서리가 결정한다. 스타일을 완성하고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필수인 패션 액세서리가 가을·겨울(FW) 시즌을 맞아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올해의 특징은 겨울 퍼(fur) 부츠 수요 대응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올해 짧은 가을을 예측한 가운데 패션 업계도 한발 빨리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객들의 쇼핑 패턴 역시 의류보다 한발 앞서 신발, 가방 등 액세서리 품목에서 계절을 먼저 반기는 분위기다. 겨울에만 어울릴 것 같은 '패딩백'이 여름부터 인기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패셔니스타의 필수 아이템 '부츠'
12일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FITFLOP)'을 수입·판매하는 LF에 따르면 이번 FW 시즌 겨울용 퍼(Fur)부츠가 지난해보다 이른 시기에 출시됐다. 요즘 고객들은 품절 이슈 등을 예상해 시즌보다 미리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패딩이나 아우터 등 겨울 의류들은 매년 디테일이 다르게 트렌드가 바뀌다 보니 날씨 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체감이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 반면, 퍼 부츠나 슬리퍼의 경우 매년 트렌드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다 보니 날씨와 크게 상관 없이 구매하는 스테디셀러 품목이 됐다.
실제 LF몰의 데이터 분석 결과 '털 부츠', '털 슬리퍼'에 대한 검색량이 지난해 9월에 비해 올 9월 크게 늘었다. 털 부츠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대비 2배 늘었고, 털 슬리퍼는 7배 급증나 급증했다. 아직 이른 9월이지만 '겨울 부츠' 검색량 역시 2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LF는 보통 10월 초~중순에 출시했던 퍼 부츠를 올해는 9월 중순부터 온라인 채널 LF몰을 통해 선출시하며 빨라진 고객 수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에 보통 여름 샌들의 강자로 인식되던 브랜드 핏플랍은 이번 FW 시즌 지난해 대비 부츠 라인업을 대폭 늘리며 사계절을 모두 공략하는 올 시즌(all-season) 슈즈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디자인과 함께 기능도 업그레이드하며 모델 리뉴얼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핏플랍의 대표 퍼 부츠였던 묵룩(MUKLUK) 쇼티 시어링 부츠는 올해 젠 에프에프(GEN-FF) 시어링 부츠로 재탄생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특히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자 뮬 스타일을 새롭게 출시하며 길이와 용도에 따라 롱 버전, 숏 버전, 슬리퍼 버전 3종으로 내놨다. 핏플랍의 대표 테크놀로지(마이크로워블보드)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가죽 테이핑과 러버 솔로 내구성을 더욱 견고하게 높였다.
LF 핏플랍 관계자는 "지난해 FW 시즌 털 부츠가 조기 소진돼 재고 부족 현상이 있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부츠 물량을 30% 늘리고 출시 일정도 앞당겨 고객 수요를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뉴욕 감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 뉴욕 액세서리는 올해 처음으로 퍼 부츠 3종, 퍼 슬리퍼 2종, 패딩 슬리퍼 3종을 신규로 출시했다. 슈즈 라인업을 확장하며 액세서리에 힘을 준 것이다. 이 또한 공식 론칭 일에 앞서 온라인 사전 예약을 먼저 시작했다.
털 부츠와 함께 바이커 부츠에 대한 인기도 높다. 무신사 검색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비 올 9월 한달 간 바이커 부츠 검색량은 562%(약 6.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모크의 '캐쥬얼 와이드쉐입 미들부츠'는 무신사에서 단독 발매한 이후 한달 만에 상품 페이지 조회수가 8000회에 달하는 등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청키한 굽과 메탈 장식으로 포인트를 더했고, 볼륨감 있는 넓은 형태와 미들 기장으로 편안하고 캐주얼하게 착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발목까지 오는 짧은 기장에 바이커 부츠 스타일의 버클 장식이 돋보이는 타크트로이메의 '보이프렌드 바이커 앵클 숏 부츠'도 인기 아이템이다.
■가볍고 폭신한 '패딩백'꾸준한 인기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제니 보부상 가방(구름빵 가방)'으로 뜨기 시작한 패딩백의 인기는 더운 여름에도 이어졌다. 패딩백은 원단 소재에 '퀼팅' 공법을 적용한 가방을 칭한다. 퀼팅이란 피륙과 피륙 사이에 심이나 솜을 넣고 바느질해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 또는 그렇게 박음질한 피륙을 말한다. 이 같은 패딩백의 인기는 계속돼 이번 FW시즌에는 원단 소재에 퀼팅 공법을 적용한 패딩백이 데일리 아이템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질스튜어트 뉴욕 액세서리는 지난해 FW 패딩백 열풍에 맞춰 '로젤라 패딩백'을 처음 선보였다. 로젤라 패딩백은 질스튜어트의 로젤라 패턴을 패딩으로 재해석한 라인으로, 패딩 특유의 가벼움과 폭신함을 나일론 소재로 풀어냈으며 옐로우, 그린 등 생동감 있는 컬러 5종으로 출시됐다. 지난해 패딩백 열풍과 맞물려 FW 시즌 높은 판매율로 인기를 모았으며, 이에 올 SS 시즌부터는 제품 라인을 확대해 5개 스타일, 4가지 컬러 총 11종으로 출시됐다.
패딩백은 소재 특성 상 겨울에만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여겨졌던 예전과는 달리, 제품 컬러가 화사해지면서 계절과 무관하게 드는 시즌리즈 패션 아이템이 됐다는 평가다. 올 FW 시즌부터는 기존 인기 스타일과 함께 시그니처를 반영한 하트 쉐입 스타일을 새롭게 추가해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혀 전개 중이다.
잘파 세대를 타깃으로 재론칭한 브랜드 티피코시에서도 '포피 데님 퀼팅백'을 출시해 육성 중이다. Y2K 데님 감성과 최근 퀼팅백 열풍과 함께 입소문을 타며 6월 대비 7월 매출이 9배 급증, 타 모델 대비 판매 수량이 약 10배 가량 높다. 무신사에서도 높은 판매를 기록해 티피코시의 주 타깃인 잘파 세대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으며 가수 태연이 착용해 SNS 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밖에 아떼 바네사브루노는 지난해 FW 시즌 '패딩 슬링백'을 출시해 당 시즌 98%의 판매율을 기록했고, 올해 패딩백 인기가 지속되면서 이달 말 새로운 스타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닥스 역시 액세서리 라인 내 F/W 신상품에 퀼팅 공법을 적용한 가방 라인업을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출시 2개월차에 들어섰는데 이번 시즌 퀼팅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매주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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