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中 통제에도 갈륨 및 저마늄 수급 이상 없어
희토류지만 광물 정제 과정에서 만들 수 있어
중국산보다 비싸더라도 중국 밖에서 생산 가능
러시아, 유럽 등 해외 경쟁자들이 中 점유율 노려
서방이 중국산 의존 벗어나려면 막대한 투자 필요
희토류지만 광물 정제 과정에서 만들 수 있어
중국산보다 비싸더라도 중국 밖에서 생산 가능
러시아, 유럽 등 해외 경쟁자들이 中 점유율 노려
서방이 중국산 의존 벗어나려면 막대한 투자 필요
[파이낸셜뉴스] 세계 반도체 업계가 지난 8월 중국의 핵심 재료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중국이 통제한 갈륨과 저마늄을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견딘다면 러시아나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 공급하는 물량 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가격 올랐지만 부족하진 않아
미국 경제매체 CNN비즈니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금속 전문 포털인 중국백은망을 인용해 전날 기준 갈륨 시세가 t당 1965위안(약 36만원)으로 지난 6월 1일 보다 17% 상승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저마늄 시세는 3% 올랐다.
갈륨과 저마늄은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17종의 금속 원소(희토류)의 일종으로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투시경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인다. 특히 갈륨과 암모니아 화합물인 질화갈륨(GaN)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 웨이퍼의 원료로 쓰인다. 갈륨과 비소를 합한 갈륨비소(GaAs) 또한 발광다이오드(LED) 및 반도체 제작에 필요하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갈륨의 98%, 저마늄의 68%가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3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8월 1일부터 갈륨과 저마늄을 포함하여 관련 화합물 등 30개 품목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방 언론들은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 및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고 네덜란드와 일본도 제재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수출 통제가 이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중국의 갈륨 및 저마늄 수출량은 업계의 사재기로 각각 5.15t, 8.63t에 달했으나 8월에는 둘 다 0t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기술 전문 매체 IEEE스펙트럼은 10일 보도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트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공급망에 재앙적인 부족 신호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본 스미토모 관계자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을 위한 GaAs가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만 공장에서 GaN을 이용해 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 나비타스의 스티븐 올리버 부회장은 "대만 쪽에서 한동안 중국제가 아닌 원재료를 이용한다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쟁자들에게 기회, 中 대체는 어려워
이처럼 업계에 충격이 적은 이유는 중국 밖에서도 갈륨과 저마늄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물질 모두 자연계에서 따로 찾기는 어렵지만 다른 광물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갈륨은 보크사이트를 알루미늄으로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며 저마늄 역시 아연과 석탄 비산재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네덜란드 금융업체 ING그룹의 에와 만테이 상품 전략가는 갈륨과 저마늄을 만드는 과정이 "비싸고 기술적으로 까다로우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시에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갈륨 및 저마늄 생산국인 이유는 해당 자원이 가장 많이 묻혀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싸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인 중국은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알루미늄 제련소가 의무적으로 갈륨을 만들도록 지시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2013~2016년 사이 카자흐스탄, 헝가리, 독일 모두 갈륨 생산을 포기했다. 2022년 기준으로 세계 갈륨 생산량의 1.8%는 러시아와 한국, 일본에서 나오고 있으며 저마늄의 경우 캐나다의 텍리소스, 미국의 인듐코퍼레이션이 생산하고 있다.
CSIS에서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와드와니 센터의 그레고리 알렌 선임연구원 국장은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지만 많은 국제 광산 및 제련 기업들이 갈륨 및 저마늄 생산 의향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 방산기업 로스텍은 자회사인 슈바베홀딩스를 통해 연간 20t의 저마늄을 만들고 있으며 지난 7월에 생산량을 늘릴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광산기업 니어스타 역시 호주와 유럽, 미국에서 갈륨과 저마늄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다만 해외 기업들이 중국의 점유율을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의 마리나 장 조교수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들이 독립적인 갈륨·저마늄을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200억달러(약 26조75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는 7월 발표에서 "갈륨·저마늄 정제 기술과 시설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으며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불가피한 환경오염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은 8월 이후 갈륨 및 저마늄 수출 허가를 조금씩 발급하면서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리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샤오밍 루 지리 기술 국장은 "만약 두 광물이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실리콘이나 인듐으로 갈륨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서는 효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셀렌화아연(ZnSe)을 이용하면 저마늄 역시 대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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