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금리 고정인 줄 알았는데..." 주거비용마저 늘어난 청년들 '발 동동'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2 16:19

수정 2023.10.12 16:19

버팀목·디딤돌·중기청 금리 일제히 인상
오른 금리로 첫 납입일 맞은 대출자들
"변동금리인 줄 몰랐다", "늦게 알려줬다"
최대 1.2배로도...훌쩍 뛴 이자에 '울상'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취업청년 보증금 전·월세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한 A씨(24)는 며칠 전 은행에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잔액이 부족해 지난달 납입 이자가 연체 중이라는 것. 항상 전월과 비슷하게, 혹은 조금 넉넉하게 계좌 잔액을 관리했던 A씨였다. 알고 보니 1.2%로 2년간 고정되는 줄 알았던 이율이 지난달부터 1.5%로 올랐다고 했다. 6000만원을 대출받아 월 5만7000원가량을 이자로 냈는데 지난달부터 7만원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주택도시기금이 주택구입 자금 및 전세자금 고시 금리를 0.3%포인트(p) 일괄 인상하면서 차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시장금리와 무관하게 1%대로 고정된 줄로만 알았던 중기청 대출과 함께 버팀목,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 등도 금리 인상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상대적으로 저리였던 점을 고려하면 오름폭이 큰 편인 데다가 가입하기 전에 이 같은 사실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정 아니었나? 중기청 금리도 올라


정책 대출 상품 고시 금리 주요 인상 내용
구분 변경 전 변경 후
버팀목 전세대출(일반) 1.8~2.4% 2.1~2.7%
내집마련 디딤돌 주택담보대출 2.15~3.0% 2.45~3.3%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1.2% 1.5%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8월 30일 자로 정책 대출 상품 고시 금리를 0.3%p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 대출' 금리가 2.1~2.7%로, 주택구입용 대출인 '디딤돌 대출' 금리가 2.45~3.3%로 각각 올랐다. 기존 1.2%의 금리를 적용받던 중기청 대출 금리 역시 예외 없이 1.5%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최근 채권 금리 오름세와 청약통장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서민 주거비 마련에 도움을 주고자 이들 상품 금리는 그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도 대체로 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채권 금리가 계속해서 뛰는 데다가 주택청약통장 금리도 두 차례에 걸쳐 1.2%p 올린 탓에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시장금리 변동성을 즉각 흡수했던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하면 이들 상품의 금리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8월 중 취급한 전세자금 대출 금리 평균은 4.1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역시 4.42%까지 올랐다.

문제는 많은 차주가 금리 인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공지를 통해 '신규 접수분부터 바뀐 금리가 적용되고, 기존 계좌는 변동금리 이용 고객만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관건은 '내 대출'이 변동금리였느냐다.

중기청 대출을 받아 지난해 첫 자취를 시작했다는 B씨는 "몰랐는데 변동금리였더라. 물기도 오르고 교통비도 오르고 오르지 않는 게 없다"며 "다들 대출 금리가 오른다지만 당장은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전했다.

'늑장 안내? 누락?' 불만 속출

중소기업청년 대출로 전세자금을 마련한 A씨가 지난 9월 20일 받았다는 알림톡 갈무리
중소기업청년 대출로 전세자금을 마련한 A씨가 지난 9월 20일 받았다는 알림톡 갈무리

또 다른 중소기업청년대출 차주가 받은 알림톡 갈무리
또 다른 중소기업청년대출 차주가 받은 알림톡 갈무리

이처럼 높아진 금리를 받아 든 차주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회초년생에게는 대출 원금이 큰 데다가 상대적으로 저금리였던 만큼 인상되는 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가장 낮았던 중기청 대출을 이용한 차주의 경우 당장 1.2배 이상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은행의 불친절한 안내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금리가 인상되는 8월 말일이 다다라서야 은행이 급박하게 이를 알려주고, 바뀐 이자 금액 역시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납입일쯤 매달 카톡이 왔듯 지난달에도 금리가 1.5%라는 평이한 안내만 받았다. (금리가) 올랐다는 말인 줄은 몰랐다"라며 "그래서 얼마를 내야 한다는 것인지는 직접 계산을 해봐야 했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도 "8월 30일부터 이자 이율이 인상되는데 사전 안내도 없이 9월 1일 아침에야 안내 알림톡을 받았다"며 "아무리 정책상품으로 시중 이자보다 이율이 낮다지만 이런 식의 늦은 안내는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혼란에 대해 은행권은 일단 금리 인상에 앞서 고객 안내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일이 전화는 어렵고 SMS나 앱 내 알림으로 사전 안내를 했다"며 "다만 SMS 수신을 거절했거나 앱 푸시 알림을 꺼둔 경우 (안내가) 누락됐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 주기가 있는 상품은 아니니 고정의 성격인데, 정확하게는 국토교통부 고시 금리"라며 "약정서에 쓰여 있지만 대출자 입장에서 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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