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정지윤 기자 = "당일 진료는 힘듭니다."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유명 다이어트 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화 예약을 해도 최소 2시간은 대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남의 다른 다이어트 병원 관계자도 "부산이나 울산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면서 "예약을 빨리 해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아 다이어트약을 구하려면 밤을 새거나 '오픈 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해야할 정도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약들이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병원은 최근 1년간 2216만개의 마악류 의약품을 처방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오픈 런'을 통해 다이어트 약을 구했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왔고 그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심지어 다이어트 병원 오픈런을 위해 줄서기 대행 알바까지 구한다는 글까지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충남의 한 병원 앞에서 밤새 대기했다며 오픈런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지인이 이곳에서 약 한 달 먹고 15㎏ 빠졌다"면서 "밤 12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텐트가 4팀이고 새벽 3시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문제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다처방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5대 대학병원'보다 동네 병원 등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더 많이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소재 A의원은 무려 지난 한 해 동안 3만1804명의 환자에게 마약류를 22만1521건 처방했다. 처방량은 2216만9745개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처방량은 697개다.
백 의원은 "의원급이 빅5병원보다 마약류 처방을 많이 했다"면서 "식약처에는 과다처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고 의료용 마약류를 수사의뢰하고도 제대로 결과를 모르는 등 부실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약 성분이 마약류와 연관이 깊다며 과다처방 상황을 우려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다이어트 약은 암테파민류가 많은데 우리가 보통 마약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남 중독포럼 공동대표(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초빙 교수)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이 상당수 식욕 억제제가 각성 성분"이라며 "각성 성분에는 마약류가 있어 처방하는 의사가 가이드라인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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