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봉쇄하고 있는 가자지구 접경지대를 방문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접경지대 봉쇄에 들어간 군 장병들을 찾아 현장 상황을 둘러보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가리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하마스 격퇴 이후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이스라엘이 무작정 가자지구로 진격하면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난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10년 전쟁처럼 비극만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알카에다를 없앤 뒤 이슬람국가(IS)라는 더 극단적인 테러단체가 나온 것처럼 이스라엘의 하마스 분쇄는 하마스보다 더 극단적인 무장정파를 낳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지상전 임박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가자지구 전선 방문 관련 동영상과 사진들을 올리고 "가자밀폐지역의 우리 전사들이 최전선에 배치됐다"면서 "우리 모두는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가자밀폐지역은 이스라엘 정착민 주거단지와 집단농장인 키부츠, 그리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지역 7km 이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앞서 가자지구 북쪽 지역 가자시 주민들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고, 이제 이동 통로는 모두 닫힌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날 이스라엘 보병과 기갑부대 등이 가자지구에 들어가 납치범 수색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가 최전선을 방문한 것은 이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가리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마스 섬멸이 목표
지상군 투입은 7일 기습에 나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에 이스라엘은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전에는 하마스를 혼내 주고 물러서는 것이 지상군 투입의 목표였지만 이번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3일 "하마스의 통치를 분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텔아비브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뒤 이같이 선언했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을 제거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위협이 우리 국경지대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할 것이다. 길고 치명적이 될 것이며 강력하고 영원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후 시나리오가 없어
그러나 하마스를 없애고 난 뒤 뚜렷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WSJ은 지적했다.
이스라엘 전현직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하마스를 물리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해 직접 통치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쟁을 완전히 끝낸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안을 찾도록 맡길 수도 있다.
7일 기습으로 1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뒤 이스라엘이 우선 하마스부터 해치워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한 터라 추후 계획을 세울 시간조차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야코브 나겔은 "행동에 나서 문제를 끝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그리고 나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겔 보좌관은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 좌우명이지만 7일 이후 상황은 모든 원칙들을 뒤집어버렸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2.0' 씨앗 되나
미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자칫 미국의 이라크·아프간 전쟁과 같은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의 9·11테러는 미 지도부의 이라크, 아프간 전쟁의 길을 닦았다. 그러나 10년에 걸친 전쟁과 점령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아프간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 지상작전의 결과를 꼼꼼히 예측하고, 출구전략도 없이 전쟁에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스라엘에 후속 계획이 없다면서 "하마스를 격퇴하고 나면 그 권력 진공을 어떻게 메울지" 대비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알카에다를 없애자 그 자리는 IS가 차지했다면서 하마스를 없애면 '하마스 2.0'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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