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늦추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전에 피해자가 성년이 됐다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피해아동 B씨의 이모부로 함께 거주하던 당시인 2007년부터 2011년 말까지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1시간 정도 기마자세를 시키고, 야구배트 등으로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했다.
A씨는 B씨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며 뺨을 때리고, 빨래를 제대로 널지 못한다며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발로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밟아 상해를 입혀 폭행, 강요 등의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기 전 피해자가 이미 성년이 지났다면 이 법을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공소권이 없어서 기소를 면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폭행 등의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동학대범죄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7년이다.
그런데 2014년 9월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관한 특례법 34조1항은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를 일정한 요건 아래 정지시키고, 피해 아동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이 규정 시행 이전에 피해아동이 성년에 이른 경우에도 소급 적용되는지가 문제가 됐다. 1993년생인 B씨는 2013년 7월로 성인이 됐고, 기소 당시인 지난 2019년에는 이미 범행 당시로부터 약 8년이 지난 상태였다.
1심은 "이 규정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것일 뿐, 새롭게 처음부터 진행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위 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성년에 이른 피해아동 관련 행위는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만약 이 규정 시행 이전에 성년에 이른 경우, 다시 공소시효가 처음부터 진행된다고 해석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심도 "법 시행 이전인 2013년 B씨가 성년에 이르렀기 때문에,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이 사건 공소시효 진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이 규정 시행일인 2014년 9월 29일 당시 피해아동이 이미 성년에 도달했다면 공소시효 정지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면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제1항 및 부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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