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연구 권위자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의선 리더십을 말하다
과도기 놓인 현실 직시하고 고민... 조직구조·보상체계 등 파악하고 여러 임직원과 함께 의사결정
실패 용인하지 않던 분위기도 변화... 시행착오 감수하고 새 길 만들어
과도기 놓인 현실 직시하고 고민... 조직구조·보상체계 등 파악하고 여러 임직원과 함께 의사결정
실패 용인하지 않던 분위기도 변화... 시행착오 감수하고 새 길 만들어
현대자동차그룹 연구 권위자인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지켜본 정 회장에 대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당면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리더"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003년부터 현대차그룹과 관련된 사례 연구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저널에 게재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지속가능대학 석좌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장)와 함께 세 번째 연구물인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를 발표했다. 정 회장의 조직 정체성의 재구축, 조직문화 혁신, 자동차산업 대응과 과제를 중심으로 작성된 이 논문은 현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정식 강의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6월엔 정 회장이 이 교수의 연세대 '조직학습' 강의에 깜작 등장해 큰 이목을 끌었다. 다음은 이무원 교수와 일문일답.
―취임 3년을 맞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산업 전환기 리더는 크게 둘로 나뉜다. 문제점을 인식하는 리더와 인식 못하는 리더다. 후자는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에 반해 정 회장은 산업 전환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연기관차의 조직문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 등 신산업을 만드는 조직문화 간의 공존과 갈등, 그로부터 파생되는 보상체계, 조직구조, 생산 효율화, 의사결정 등에 대해 정확히 직시하고 있었다. 의사결정 방식 역시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임직원과 함께 풀어나가려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정 회장이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바넷 교수를 지난 7월 만났는데 이런 말을 했다. '아직 배울 게 많다. 많이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역으로, 정 회장이 목표를 매우 높이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정 회장 취임 후 조직운영에 있어 어떤 변화가 읽혔나.
▲하드웨어가 중심인 내연기관차는 기획부터 신차 출시까지 모든 공정에서 완벽성과 정확성을 요구한다. '품질경영'이 풍미했던 시대다. 품질경영의 시대에서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강하다. 반면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빠르게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즉 '민첩성'이 핵심이다. 상당수 많은 전통의 자동차기업 리더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결과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 회장은 이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과거 추격자 패러다임에서는 선두그룹을 따라가면 그만이었지만, 선두에 선 퍼스트무버는 시행착오를 감수해 가면서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 회장이 한 번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이 맞다면 갈 수밖에 없다"고. ―현대차 하면 과거 군대식 문화로 유명했다.
▲예를 들자면 2003년, 2008년 당시 사례 연구 때문에 현대차 임원들을 만나면 모두 양복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이번엔 양복을 입은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지난 6월 연세대 강의 때 임원들도 함께 왔는데, 회장보다도 훨씬 더 많이 얘기하는 임원이 많았다. 큰 변화다. 미래지향적 인재 구성에 대한 노력도 엿보인다. 첨단 IT, AI는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패션회사 출신이거나 엔터테인먼트 분야 인재들도 영입하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 '퍼스트무버' 경쟁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과제라면.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수요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수요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 역량을 갖추느냐가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기다. 수요를 따라갈지, 수요를 이끌어낼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이 소비를 주도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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