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제는 독자들이 SF소설을 읽는 방법에 조금 적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SF소설가로 데뷔한 지 어느덧 6년 차가 된 김초엽(30) 작가는 신작 '파견자들'에서 "과감하게 '범람체'와 같은 낯선 용어를 많이 등장시키고 굳이 설명하지 않은 채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며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16일 두번째 장편소설 '파견자들'의 출간을 맞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할 때 뒤적거렸던 작법서를 다시 들여다봤다"며 "이전 작품이 정적이라는 평을 자주 들어서 이번에는 역동적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인물들의 마음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고 인물 간의 관계를 파헤쳐 보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예스24를 통해 선공개된 이번 소설은 곰팡이와 버섯과 같은 균류가 이루는 지상 생물을 중심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다. 지하 도시로 떠밀려 내려간 '태린'이 파견자가 돼 지상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지구를 마치 낯선 행성처럼 묘사한다.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서 식물에 이어 이번 소설에서 곰팡이를 중심 소재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 김 작가는 "장편의 경우 조금 더 내 선호도가 반영되는 것 같다. '파견자들'의 경우 내가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왔던 것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인간이 아닌 비인간 존재에 대해서는 많이 써왔는데 균에 대해서는 접근해 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연구가 굉장히 어려운 생물이고 그간 제대로 된 대중서도 잘 나와있지 않았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던 중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라는 과학책을 읽게 됐고 균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명체로서 곰팡이를 다루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주제는 '객체중심성'이다. 김 작가는 "인간성의 핵심이기도 한 객체 중심성, 즉 우리가 각가 개별적인 존재로 존재한다는 특성에서 벗어나보고 싶었다"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 어떻게 세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많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첫 소설집이자 대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시작으로 SF소설의 지평을 계속해서 넓혀온 김 작가는 최근 커진 국내 SF시장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김보영, 정보라 작가 등 한국 SF작가의 작품이 영어로도 출간되고 각광받는 것을 보면 한국 SF가 지금까지 쌓아온 계보가 틀리지 않았다 생각하게 된다"며 "처음 데뷔했을 때와 달리 독자들이 느끼는 장르에 대한 접근성이나 감정도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봤을 떄는 한국 SF가 지난해까지는 따뜻한 분위기나 현실 밀착적인 작품 위주로 잘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양적으로 작품이 늘어나고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 분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들이 나오기를 기다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려워진 출판 시장에서 경쟁 대상으로는 '넷플릭스'를 꼽았다. 김 작가는 "넷플릭스보다 재밌어야 소설을 읽는 독자가 있다보니 고민이 된다"며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작품을 쓰는 게 물론 좋지만 그것만이 소설이 갖고 있는 좋은 점은 아니다. 긴 시간을 들여 애를 써서 읽었을 때 느끼는 소중함이 책에 있는데 그런 책이 살아남아야 출판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처럼 대중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작품을 접해서 독자가 된 이들이 10만명이 있다면 그중 1000명 정도는 어려운 책을 사는 독자가 될테니까요. 지금의 한국 출판시장에서 그 1000명의 독자는 소중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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