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 임금·단체협상 결렬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 임단협 타결
기아 노조 ‘나홀로 파업’ 강행할듯
국내 2위 완성차 업체인 기아 노사가 '고용세습' 문제를 놓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 임단협 타결
기아 노조 ‘나홀로 파업’ 강행할듯
형제기업인 현대차는 물론, 한국GM과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상황에서 기아가 '나홀로 파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2∼13일 이틀간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에서 제15차 임단협 본교섭을 했지만, 노조가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최종 결렬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아 사측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무분규 타결 격려금 250만원+주식 34주 등에 이어 추가로 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50만포인트 인상, 자녀육아 지원 확대, 경기 화성에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대형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신공장 건설 등을 약속하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노조가 '고용 세습' 조항 삭제 요구에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틀간 마라톤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기아 노조는 '고용세습'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 단협 27조 1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기아 직원 자녀에게 먼저 입사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부는 기아의 고용세습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위반'이라며 지난해부터 시정을 요구해왔다. 사측도 올해 4월 송호성 기아 사장 명의로 노조에 고용세습 조항 철폐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10년간 고용세습 조항을 통해 채용된 인원이 사실상 0명이라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사측은 "사문화된 이상 삭제해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도급 정규직 전환 등의 문제로 기아는 생산직 신규 인원을 거의 뽑지 않다가 2021년 5년 만에 신규 채용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100명 채용 당시 5만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기아 노조는 17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17일 오전 중으로 추가 교섭 일정이 잡히면 정상근무로 이어지지만, 교섭 거부로 갈 경우 오후에 8시간 파업이 현실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계속해서 대화 채널은 유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 전 교섭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아 노조가 공언한 대로 실제 파업에 나서면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와 달리 최근까지 파업을 이어왔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엔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기아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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