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파티 즐기고 싶다는 목소리도
"핼러윈 대신 '컬쳐 데이', '땡스기빙데이'"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매년 10월이 되면 쉽게 볼 수 있었던 '핼러윈 데이' 마케팅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핼러윈 이벤트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 들어 시즌별 매출이 통상 10~20%씩 증가해 왔던 핼러윈 데이 기간은 추석과 크리스마스 사이 비수기를 채우는 '효자'로 여겨졌다. 이런 핼러윈 특수를 업계가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있는 것.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에는 대대적인 핼러윈 마케팅과 이와 연관된 기획 상품의 판매를 회사 차원에서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만큼 (핼러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라고 전했다.
유치원이나 어학원에서 열리던 핼러윈 데이 파티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학원의 경우 행사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핼러윈'이란 단어 대신해 '컬쳐(Culture)데이', '땡스기빙데이(추수감사절)'란 단어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이제 1년이 지난 만큼 올해는 즐기기 보다는 조용한 추모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핼러윈 데이가 되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도심 번화가를 자주 찾았던 사업가 박모씨(32)는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핼러윈 데이 기간에 150여명이 안 좋은 일을 당한 만큼 예년처럼 떠들썩하게 즐기는 것은 고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역시 핼러윈 파티 대신 추모의 물결을 이어갈 예정이다.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등 사회각계각층은 지난 16일 서울광장에서 '이태원참사집중추모기간'을 오는 29일까지 이어갈 것을 선포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일각에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핼러윈 데이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년처럼 파티 등에 참석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태원이 아닌 홍대 등 다른 지역에서 파티를 즐기자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이태원을 대신해 홍대 등에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는 사람이 모이게 되면 이른바 '풍선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양모씨(26)는 "국가의 재난대응능력의 부재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지 핼러윈 축제가 아니지 않냐"며 "하나의 이벤트를 무턱대고 피할 것이 아니라 안전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등을 모색하며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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