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스피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하는 국내 증시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들은 수급이 안정적인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담으며 변동성 장세를 버티고 있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조78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에서만 8454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전체에서 1조7849억원, 코스피에서 1조547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증시가 흔들릴 때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그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받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관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받으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늘은 외국인들이 오랜만에 매수세로 돌아서며 지수도 오르고 기관들도 차익실현을 했지만,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상수처럼 인식된 최근 증시에서 기관들의 수급이 코스피가 240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라고 전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증시 변동성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시총 상위주를 담으면서 10월 증시를 버텼다.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종목들이 코스피 시총 순위가 거의 같았다.
기관들이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시총 1위 삼성전자(4939억원)였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강했던 종목이지만, 최근 들어 투심이 변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 됐다. 그럼에도 기관의 매수세로 10월 초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주가와 실적의 본격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4·4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기관들의 순매수 상위종목들은 LG에너지솔루션(1803억원), 삼성SDI(1218억원), LG화학(1176억원), SK하이닉스(85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838억원)로 모두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에 들어가는 종목들이다.
시총 2위 LG엔솔도 외국인(순매도 2521억원)이 던지고 기관이 받는, 시총 3위 SK하이닉스는 개인(순매도 5659억원)이 던지고 외국인과 기관이 받는 모양새다. 수급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11만원대를 전전하다가 이날 13만원까지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기관 순매수 상위권에는 없지만, 기관들은 두 종목 모두 300억원 넘게 사들였다. 한편 시총 상위종목 중 기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종목은 POSCO홀딩스가 유일했다. POSCO홀딩스는 오히려 순매도 870억원을 기록하며 순매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장세가 지속되며 실적과 수급이 안정적인 시총 상위주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주식 시장의 초점은 점차 고금리 우려보다 펀더멘털 개선 여부로 옮겨갈 것"이라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존재하는 대형 성장 우량주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업종은 경기 선행성이 강한데 최근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매수 전략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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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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