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도 최근까지 여름 이불을 덮고 자다가 며칠 전부터 기침, 콧물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푹 쉬면 괜찮겠지 생각하고 주말동안 집에서 안정을 취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일이 바빠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되지 않았던 A씨는 작년 겨울 근처 병원에서 독감 치료를 위해 처방받고 남은 약을 찾아 복용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나서도 좀처럼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뒤늦게 근처 병원을 찾아 감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에게 감기약을 처방받은 A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진단이 다를 수 있고 오래된 약을 임의로 복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집에 도착한 A씨는 남은 약을 가지고 나와 약국에 비치된 전용수거함에 버렸다.
최근 아침기온 5도 안팎을 기록할 만큼 낮고 낮 기온은 19∼24도를 기록해 일교차가 커지고 있다. A씨처럼 병원을 찾는 감기·독감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에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14.6명이었다. 이는 2023년 9월~2024년 8월 유행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6.5명과 비교했을 때 2.2배가 많다.
감기 치료, 항생제 복용 필요없어
겨울철 흔히 발생하는 감기의 90%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하지만 인후염, 기관지염, 폐렴 등과 같은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감기 치료를 위해 항생제 복용은 필요하지 않다.
감기의 주요 증상별로 살펴보자면 다른 증상 없이 몸에서 열이 나는 경우 세균 감염 가능성이 낮아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다.
맑은 콧물이 아닌 엷은 갈색의 화농성 콧물이 보인다면 세균성 부비동염 등이 의심되므로 항생제를 써야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기침은 항생제가 필요 없지만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백일해 등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항생제가 필요하다.
항생제 오남용이 더 문제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로 증상에 따라 적절한 기간, 용량, 용법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항생제 처방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A씨처럼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약제 내성이 생겨 치료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심은희 과장은 "간혹 항생제를 먹어야 효과가 좋다거나 항생제를 소화제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며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니라면 효과가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겨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 약효가 저하되는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의료진이 지시한 기간, 용량, 용법을 지켜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몸속에는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약을 나눠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삼가해야 한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이 조제한 약은 처방된 일수까지만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국에서 약을 분쇄하거나 봉지에 담을 때 온도, 습도 등 보관 환경이 달라지므로 복용하고 남은 약은 버려야 한다. 특히 약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의 전파로 식생활을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국, 보건소 등에 비치된 지정수거함을 이용해야 한다.
개인 위생관리 철저히 해야
독감이나 감기를 예방하려면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며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하도록 한다.
또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습도는 40%이상 유지하고, 환기는 3분이내가 적당하며 나들이나 퇴근 후에는 옷과 몸에 묻은 먼지를 바로 털고 세수, 샤워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 8잔 이상의 물과 과일, 채소 섭취로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 보충도 환절기 호흡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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