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엄마 떠오른다"..인질로 잡히자 '제로콜라', '쿠키' 대접한 노부부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0 07:53

수정 2023.10.20 07:53

하마스 공격 생존자인 라헬 에드리(가운데)와 그의 남편(왼쪽), 경찰관인 아들(오른쪽) / 연합뉴스
하마스 공격 생존자인 라헬 에드리(가운데)와 그의 남편(왼쪽), 경찰관인 아들(오른쪽)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하마스 대원들이 자택에 침입해 20시간 동안 인질로 붙잡혔던 노부부가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은 사연이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지난 7일 오전 다비드 에드리와 라헬의 집에 무장한 하마스 대원 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 부부는 대원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대화를 거는 등의 방법으로 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원들은 자택에 침입한 직후 노부부를 2층 침실에 가뒀다.

라헬은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자신의 얼굴을 총 손잡이로 내려치는 등 두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를 달랬다.

라헬은 "그들 중 한 명은 나를 보고 자신의 엄마가 떠오른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그에게 '정말로 난 네 엄마와도 같다. 내가 널 도와주고 돌봐주겠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라헬은 하마스 대원들에게 자신이 당뇨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가져와야 한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그들의 감시망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그러면서 하마스 대원들에게 그들의 가족에 대해 묻고 차와 쿠키, '제로 콜라' 등을 대접하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라헬은 대원들이 제로 콜라가 아닌 일반 콜라를 원했다면서 "내가 당뇨가 있어서 집에 제로 콜라밖에 없다고 말했다"라며 웃었다.

라헬은 "음식을 먹고 나자 그들은 훨씬 진정이 됐다"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넘어가자 라헬은 이들이 또 배가 고플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밥을 차려줬다. 그는 "(대원들이) 마치 말이 밥 먹듯이 엄청 많이 먹더라"라고 전했다.

경계심이 풀린 대원들 중 하나가 이스라엘 가수의 히브루어 노래를 불렀고, 라헬은 이집트 가수의 아랍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감금된 지 20시간가량 지난 8일 새벽 에드리 부부는 구조됐다. 경찰관인 아들 에비아타르 에드리가 집안 구조를 직접 그려 구조대의 진입을 도왔다. 하마스 대원들은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의 총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극적인 사연이 전해지면서 라헬은 희망의 아이콘이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텔아비브 거리에는 라헬의 얼굴과 애국 여성을 상징하는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의 이미지를 합친 벽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부부는 초청을 받아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군인과 경찰이 진정한 영웅이다.
내가 구원받은 건 그들 덕분”이라고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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