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채팅을 통해 알게된 여성을 가스라이팅 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살인과 공갈 등 혐으로 기소된 A씨(28)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4일 오후 2시께 전북 전주 한 모텔에서 둔기로 2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사람이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고,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범행 증거를 확보했다.
조사결과 A씨는 B씨에게 3400만원의 '허위 차용증'을 쓰도록 협박하고 이를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에게 가스라이팅(정신적 지배 조종)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라이브 방송 앱을 통해 알게 됐다. 둘은 채팅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직접 만나게 된다.
A씨는 B씨가 일반인에 비해 지적 수준이 낮다 판단하고 범행을 계획한다. B씨에게 허위 차용증을 쓰게 한 뒤 채무자라고 지속 세뇌시켰다. 그러면서 "돈 빌려준 거 빨리 갚아라"라고 독촉하며 B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그는 성매매 대금을 받으면 곧바로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했고 수시로 "시간 버리면 또 패러간다", "거짓말해도 죽는다" 등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했다.
건강이 나빠진 B씨는 "춥고 어지럽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폭력을 일삼다가 지난해 12월4일 B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
법정에 선 A씨는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해 의도에 대해 다른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이용한 성매매로 대금을 착취하고 있던 피고인에게 갑자기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라며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구호 조치 미흡일 뿐 살해할 의도라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끔찍한 범행은 매우 비난 가능성이 높지만,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는지는 의문"이라며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상해치사만을 유죄로 봤다"고 판시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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