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식고 물가 둔화 전제
[파이낸셜뉴스] 최근 물가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민간 부문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는 내년 2분기까지 연장될 예정이지만, 거시경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의견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경제 성장과 소비자물가를 전망함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이러한 점이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주요한 이유일 것이며, 한국은행은 최근 불거진 이슈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징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책기조를 섣불리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이미 8월에 예상한 것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해 CPI는 8월 전망치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8월 전망치인 전년 대비 1.4% 성장은 수출 실적 개선을 고려할 때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20일 ING은행 서울지점 강민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할 것이라 예상했으며, 월별 데이터는 건설업이 일시적으로 회복되고 서비스 소비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개선된 것으로 보았다"라며 "따라서 3분기 전기대비 GDP 성장률은 0.4%로 지난 분기 0.6%에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 GDP는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둔화 속도가 좀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2023년 연간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1%, 2024년은 1.7%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플레이션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했으며, 상방 리스크는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 신선식품에 대한 비축 물량 공급 등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월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월 대비 3.9%(9월 3.7%)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며, 2023년 연간 CPI는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2024년 초 이후부터 2%대로 재차 둔화될 것으로 봤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에서 보면 한은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정책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 간의 의견 차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정책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5명의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상 옵션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뉘었다.
매파와 비둘기파에 대한 의견의 범위는 넓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결정에 대한 결과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대해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따라 정책 전환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는 2024년 2분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차입비용 상승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경기가 냉각되고, 그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 시작한다는 기본 시나리오 전제한 전망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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