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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기업인수, 경제의 약인가 독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9 15:18

수정 2023.10.29 15:18

[파이낸셜뉴스]
강민모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 재무 전공 교수
강민모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 재무 전공 교수

사모펀드(PE)하면 우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인수를 떠올린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 여파로 휘청거리던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막대한 이익을 거둔 ‘먹튀’ 외국자본의 이미지로 뿌리내려 있다. 이런 탐욕스러운 사모펀드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사모펀드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예전부터 사모펀드는 ‘야만인 (barbarian)’ 이라 불리며 투자수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활동은 경제에 독인가? 순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들의 인수합병이 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되짚어 본다.


기업 경영권 3~7년 보유

사모펀드는 운용사(사모펀드 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받아 형성된다. 투자자들은 펀드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작은 펀드일수록 개인투자자가 주를 이루고 큰 펀드일수록 연기금, 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된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사모펀드의 투자자 명단을 보면 캘리포니아 공립교원 퇴직연금, 휴스턴 소방 공무원 퇴직연금, 매사추세츠주 공공노동조합 퇴직연금 등 미국의 공적 퇴직연금(public pension)이 다수를 이루었다.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을 모집해 형성된 펀드는 일반적으로 10~15년간 활동한다. 펀드는 보통 기업인수(buyout), 채권, 부동산, 인프라 등 투자분야를 정해서 운용된다. 기업인수 펀드 기준으로 하나의 펀드가 보통 여러 기업을 인수한다. 기업 인수는 대부분 경영권을 확보(지분율 50% 이상)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평균 3~7년간 보유 후 매각한다.

사모펀드는 이런 활동의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수수료를 청구한다. 평균적으로 매년 투자금의 2%를 운영비로 청구하고, 최종 투자이익이 투자자들과 약속한 목표(평균적으로 연평균 8%)보다 높은 경우 투자 이익의 20%를 가져가는 성공보수까지 받는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자비용이 비싼 사모펀드에 왜 연기금과 같은 다른 투자 대안이 많을 대형 기관들이 꾸준히 투자 할까?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연구결과는 사모펀드가 모든 비용을 공제한 이후에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비결은 재무가치 극대화와 기업 지배구조 변화, 사업 운영 효율화로 볼 수 있다.

재무적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사모펀드는 기업의 자금 숨통을 터주되 부채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본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큰 회사를 인수할 수 있고 이자비용 지출은 세금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을 활용해 법인세 절약을 추진한다.

지배구조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많은 경우 기업 인수 후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고용한다. 또 기본급은 줄이되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공하여 경영자와 사모펀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지도록 유도한다.

사업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공장과 지사, 사업을 정리하는 반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기업 전략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 변화들은 필연적으로 해당 기업의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별적 해고와 신규 채용 활용

사모펀드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실제 우리나라 외환은행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일자리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조금 줄어들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일자리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는 점이다. 기존의 여러 직무, 지사, 공장 등이 문을 닫고 일정 수준의 정리해고가 일어나는 대신, 다양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며 새로운 인원들을 충원한다. 즉,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들의 인력을 ‘물갈이’ 하지 절대적으로 인력감축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미 통계국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 지사들을 집중적으로 폐쇄하고 새로 설립한 공장, 지사들은 생산성이 높아 결론적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결국 사모펀드의 수익률로 연결되고 있다.

영리 기업에는 사모펀드 긍정적 효과가 지배적

여러 연구 결과를 분석해볼 때 사업 모델이 비교적 확실하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사모펀드의 인수활동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 연구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산업재해 등 안전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에도 남아있는 직원들이나 새로 고용된 직원들이 더 안전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익명 직장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원조 격인 미국의 ‘글라스도어(Glassdoor)’ 웹사이트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직원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사모펀드가 인수기업의 직원들을 쥐어짜, 직원들의 만족도가 떨어졌을 거라는 생각과는 상반되는 결론이다.

눈을 돌려 기업의 직원이 아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봐도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미국에서 사모펀드가 패스트푸드 식당들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연구한 한 논문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식당들이 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구로 사모펀드들이 식품업체를 인수하면 해당 업체들이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더 많은 소매점(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얻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혁신을 위한 장기적 투자 보다는 단기적 수익 달성에 치중한다고 비판 받고는 하는데, 이를 연구한 논문은 상반된 결론을 내린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은 사모펀드 인수 전에 대비해 투자규모가 줄어들지 않을 뿐더러 혁신의 잣대가 되는 특허를 꾸준히 취득한다. 중요한 점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 취득된 특허들은 인수 전에 취득한 특허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파급력이 더 큰 굵직하고 중요한 특허들이라는 것이다.

공공성 강한 분야는 부작용 더 커

그러나 공공성을 띠고 있는 기업들 에서는 사모펀드의 여러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에서 사모펀드들이 대학을 인수하는 일이 흔한데 이를 연구한 논문은 사모펀드의 민낯을 밝혀냈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대학들은 학비를 대폭 인상, 학생들이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교육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학생들의 중퇴율은 높아지고 취업률은 떨어진다.

사모펀드의 병원 인수 또한 미국에서는 비일비재 한데, 이들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 병원들을 인수하는 경우, 진료비 및 입원비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 결과가 있다. 사모펀드가 요양병원을 인수하는 경우, 환자들의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 또한 있다.

사모펀드가 공항들을 인수하는 경우 또한 많은데 이를 연구한 논문은 사모펀드 인수 후 공항들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대다수의 공항들은 각국의 정부들이 운영하는데 정부의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미숙해서 사모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논문은 결론 내린다.

미국에서 사모펀드가 미국의 지역 신문사들을 인수하는 사례들을 분석한 논문은 여러 흥미로운 결론들을 제시한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신문사들의 기자 수를 대폭 줄인다. 지역 신문사들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지역 뉴스 보도는 줄어들고 대형 신문사들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국 단위 뉴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밝혔다.

이는 시의회 및 구의회 같은 지역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을 축소하고 주민들의 저조한 지역 정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사모펀드의 지역 신문 인수는 그 지역의 정치권력의 견제를 저해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대학 및 언론사 인수 금지 같은 과도한 규제 혹은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회피 방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피인수 기업들은 이미 각종 자금난과 경영난에 허덕이는, 스스로 자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경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과 긍정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연기금과 규제당국이 사모펀드의 핵심 전략인 인센티브 얼라인먼트(incentive alignment, 사모펀드와 투자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지도록 유도하는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모펀드 활동이 수익창출을 넘어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그 시작으로 투자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개선하는 사모펀드와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향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이 어떨까.

참고 문헌은 온라인 기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강민모 교수는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재무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재무,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강 교수의 연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골드만 삭스 등에 소개된 바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한국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에서 근무한 뒤, 미국 듀크대학교와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각 경제학 석사, 경영학(재무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정리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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