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자이한의 주장은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한 달 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이 세계경찰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것은 바로 자국 경제 살리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들고 나와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를 의무화했다.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경제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끝없이 올리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p로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외화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를 넘보며 지난해 고점인 1440.0원(9월)에 바짝 다가섰고, 미국 국채금리 5% 돌파 충격으로 코스피는 2400 선이 무너졌다.
경제상황이 이런데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국민의 머릿속에는 '경제'보다 '이념'에 더 치우친 정부로 각인되고 있다. 이번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선 참패는 먹고사는 문제에 더 신경 써달라는 주문으로 분석된다. 재보선 당일 새벽 투표소가 출근 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빈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죽창가'를 외치는 사이 폭등한 집값을 방치한 문재인 정부나, '홍범도'를 외치는 동안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고통받게 만든 윤석열 정부를 이제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강서구청장 재보선의 늪에서 빠져나올 정치적 탈출구를 찾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적 탈출구는 용인하지 않는다. 경제적 탈출구만 있을 뿐이다. G1(주요 1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현직·전직 대통령도 알고 있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모른다면 6개월 뒤 총선 결과는 뻔하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제 선거에서만큼은 '배 아픈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통하는 세상이 됐다는 것을 부디 윤석열 정부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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