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 폐지 훈령’을 발령했다. 지난 1985년 규정이 제정된 지 38년 만이다.
상사 뒤에는 반드시 '님'자, 수행할 때는 한발짝 뒤
교정공무원 예절규정은 교정직 공무원이 지켜야 할 예절을 상황별로 명시한 규정으로, 총 3개장 17개 조로 이뤄져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부하 직원이 상사를 부를 때는 반드시 ‘님’자를 붙이도록 하고, 상사를 수행할 때는 상사의 왼쪽 또는 한발짝 뒤에서 뒤따르도록 명시한다.
또 지휘·감독 업무를 맡은 상급자가 근무지에 방문했을 때는 여섯 발짝 앞에서 지휘자의 구령에 따라 일제히 경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급자가 방문을 마치고 떠날 때는 탑승한 차가 대열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경례해야 한다.
아울러 악수하는 경우에도 상사가 요청할 때만, 상사의 한발짝 앞에서 차렷 자세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도록 규정한다.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자연스럽게 마주 보고 절도 있는 목소리로 직위와 성명을 말한다’는 식으로 세세한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갑질의 정당화 논리로 악용 우려.. 폐지키로
이러한 규정을 두고 법무부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상호존중 분위기 조성이라는 제정 취지와 다르게 ‘갑질의 정당화 논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규정이 “존경을 강제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현 사회 및 세대 특성 등 변화된 조직환경 요구를 반영하기에도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규정 폐지 배경에는 한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강조하던 한 장관이 규정의 내용을 알게 되자 즉각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상 법리적 폐지 이유만을 명시하는 훈령에 ‘갑질의 정당화’·‘존경의 강제’ 같은 이례적 표현이 사용된 것 역시 한 장관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도 했다.
한편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불필요한 의전을 폐지해 오기도 했다. 취임 직후 장·차관을 포함한 간부를 호칭할 때 ‘님’ 자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고, 출퇴근 시 직원들이 관용차 문을 대신 여닫는 의전도 금지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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