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한강 왔는데 송충이가 너무 많아 고통스러워요”...알고보니 ‘이 해충’

박상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3 08:47

수정 2023.10.23 08:47

한 캠핑장에서 시민이 잡은 '미국흰불나비 유충'. /사진=트위터
한 캠핑장에서 시민이 잡은 '미국흰불나비 유충'. /사진=트위터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강공원 등을 중심으로 송충이를 닮은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대거 출현해 시민들의 불편함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송충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강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한강공원 갔는데 송충이가 너무 많다” “캠핑장에서 송충이를 많이 잡았는데 포화상태다” “한강 왔는데 송충이 때문에 고통받았다”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 한강공원 등에서 출몰” 등의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그늘 아래 가만히 있어도 어깨 위로 비처럼 떨어질 정도로 그 수가 상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벌레는 송충이가 아닌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알려졌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활엽수 잎을 갉아 먹으며 주로 도심의 가로수·조경수·농경지 과수목 등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1958년 북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지난 8월 말부터 “경기·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발생 예보 단계가 경계 단계로 상향조정된 것은 해당 유충의 국내 유입 이후 처음이다.

산림병해충 방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경계 단계는 외래·돌발병해충이 2개 이상의 시·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거나 5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배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에도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계로 발생 예보 단계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의 경우 가을철 온도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1년에 2회 정도 발생한다. 성충은 한 마리가 600~700개의 알을 잎 뒷면에 낳으며, 주로 여름철 벚나무·포플러 등 다양한 활엽수의 잎을 갉아 먹는다. 이 나방은 2019년 이후 감소하다가 올해 폭염·폭우 영향으로 유충의 생존·활동량이 늘어나고 성충 발생 시기도 예년보다 빨라져 피해가 커졌다. 이상기온 탓에 요즘에는 10월까지 출몰하고 있다.

피해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긴급 방제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은 가로수와 주택가를 돌며 긴급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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